[오늘을 여는 시] 한 점 해봐,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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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희(1953~ )

한 점 해봐, 언니, 고등어회는 여기가 아니고는 못 먹어, 산 놈도 썩거든, 퍼덩퍼덩 살아 있어도 썩는 게 고등어야, 언니, 살이 깊어 그래, 사람도 그렇더라, 언니,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도 썩는 게 사람이더라, 나도 내 살 썩는 냄새에 미쳐, 언니, 이불 속 내 가랑이 냄새에 미쳐, 마스크 속 내 입 냄새에 아주 미쳐, 언니, 그 냄샐 잊으려고 남의 살에 살을 섞어도 봤어, 이 살 저 살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건 금세 금방이더라, 온 김에 맛이나 한번 봐, 봐, 지금 딱 한철이야, 언니, 지금 아님 평생 먹기 힘들어, 왜 그러고 섰어, 언니, 여태 설탕만 먹고 살았어

- 시집 〈보고싶은 오빠〉(2016)중에서


고등어는 국민 생선이다. 고등어구이를 고갈비로 부르지 않던가. 고등어는 여름엔 북쪽으로 이동하고 겨울엔 남쪽으로 이동한다. 오메가3와 지방산이 풍부해 지금껏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진주에서 무섭고 파괴적인 언어로 시를 쓰며 돌올한 경지에 오른 시인이 고등어회를 소환했다. 시인은 ‘냄새만 맡아도 살 것 같던 살이 냄새만 맡아도 돌 것 같은 살이 되는’ 과 같은 관계의 허무함을 이 시에서 얘기하고 있다. 고등어회가 그렇고 사람과의 관계, 소통도 그렇다. 그러고 보니 고등어회 맛 본 지가 오래다. 해마다 부산에선 10월에 고등어축제가 열린다. 지난해는 코로나로 취소됐고 올해는 열렸음 좋겠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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