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점령지 합병 투표 압도적 찬성… 서방 “가짜, 인정 못 해”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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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네츠크공화국 찬성률 99%
LPR 등 4곳 모두 90% 안팎
푸틴, 합병 절차 속전속결 추진
30일 영토 편입 최종 선언 예상
국제사회, 규탄 결의안 추진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23일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대상으로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타스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지역 개표소에서 개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23일부터 27일까지 우크라이나 점령지 4곳을 대상으로 러시아 영토로 편입하기 위한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타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점령지를 자국 영토로 편입하기 위해 실시한 주민투표 결과 예상대로 압도적 찬성률이 나왔다. 서방은 ‘가짜 투표’ 결과를 인정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의 대응을 촉구했다. 러시아 영토로 편입될 경우 핵무기 위협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투표 결과를 토대로 오는 30일 영토 편입을 최종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주, 헤르손주를 대상으로 지난 23일부터 닷새간 치러진 러시아 영토 편입 투표 결과가 27일(현지시간) 나왔다. 이들 지역 선거관리위원회는 DPR은 찬성률이 99.23%였고 이어 LPR 98.42%, 자포리자 93.11%, 헤르손 87.05% 순이라고 밝혔다.


압도적인 찬성률을 기반으로 러시아는 속전속결로 영토 편입 사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하원이 이날 밤 합병안을 발의하고 28일 의결, 29일 상원 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국 국방부는 “푸틴 대통령이 30일 러시아 상·하원 연설에서 점령지의 연방 가입을 공식 선언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은 다음 달 4일 영토 합병을 검토하겠다고 말하는 등 일정은 유동적이다. 앞서 2014년 크림반도 강제합병 때도 러시아는 이 같은 영토 편입 수순을 밟는 데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러시아가 해당 점령지를 크림반도와 합쳐 새로운 연방관구로 만들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러시아 일간지 베도모스티는 러시아 의회 관계자를 통해 러시아 정부가 ‘크림 연방관구’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서방은 투표 결과가 공개되자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선관위가 주민을 찾아 사실상 투표를 강요하고 비밀투표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맞선다. 실제 선거 기간 무장 군인이 투표를 지휘하고 일부 투표자는 선관위 직원에게 표기를 마친 투표용지를 펼쳐 보이기도 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이를 규탄하고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의안을 제출하기로 했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안보리 회의에서 “만약 이러한 투표 결과가 받아들여진다면 닫을 수 없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러시아가 비토권을 가진 안보리 상임이사국이기 때문에 결의안이 채택되기는 힘든 상황이다. 한 정보통은 로이터통신에 주민투표 직후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11억 달러(1조 5700억 원) 규모의 군사 지원을 준비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점령된 영토에서 벌어지는 이 코미디는 짝퉁 주민투표로도 불릴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향후 전쟁 상황에 대한 우려도 나타낸다. 러시아는 점령지 편입 이후 이들 지역에서 벌어지는 전투를 ‘본토 공격’으로 여기고, 필요할 경우 핵무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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