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행 러 가스관 연쇄 폭발 유럽 에너지 안보 또 비상등
노르웨이-폴란드 가스관 개통 맞춰
27일 러-독 노르트스트림1,2 사고
서방국가들, 러시아 소행 의심
덴마크 국방부는 27일 덴마크 보른홀름섬 동남쪽 해상의 노르트스트림-2 해저 가스관에서 가스가 누출되는 모습을 공개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의 독일행 해저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과 노르트스트림-2에서 연달아 가스가 누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례적 사고에 서방은 사보타주(비밀 파괴 공작)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만일 러시아의 소행으로 확인될 경우 유럽의 에너지 안보에 다시 한번 비상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해당 가스관 운영사인 노르트스트림AG는 이날 노르트스트림 3개 해저관에서 연이어 손상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스웨덴 해상교통당국도 노르트스트림-1에서 2건의 누출을 확인했다고 전했으며, 전날에는 덴마크 해상교통당국이 노르트스트림-2에서 누출 사고가 발생해 선박 항해를 금지시켰다고 밝혔다.
특히 스웨덴 국립지진센터 측은 누출 장소에서 두 차례 대규모 에너지 방출이 있었고, 이는 폭발 외 다른 이유로는 설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번 의문의 누출 사고는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벌였을 가능성이 크다. 해저 가스관의 누출 사례가 드문 데다 여러 가스관에서 동시에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고가 아닌 고의적 행동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스웨덴, 폴란드 등도 사보타주 가능성을 언급했다.
서방은 이를 러시아의 소행으로 보는 분위기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 제재에 대한 보복으로 벌인 ‘에너지 무기화’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노르트스트림-1, 노르트스트림-2 모두 유럽으로 가스 공급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다른 가스관을 겨냥한 위협성 행위라는 관측도 있다. 노르트스트림-1은 러시아가 정비를 이유로 가스공급을 무기한 중단했고, 노르트스트림-2는 독일이 사용승인을 하지 않았다.
영국 텔레그래프는 러시아 소행이라는 가정하에 “겨울을 앞두고 인근 다른 유럽 가스관에 위협을 주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27일에는 공교롭게도 노르웨이와 폴란드를 잇는 새 가스관 ‘발틱 파이프’가 개통했다.
러시아는 서방에 책임을 돌리는 모습이다.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는 미국과 우크라이나를 겨냥해 “러시아의 유럽 가스 정책을 강력히 비판해왔던 세력”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