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비속어 논란’ 점입가경, 실체적 진실은 어디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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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
여야 사생결단식 대결 자제해야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국민의힘 의원들이 MBC를 항의 방문하자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노조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라는 남사스러운 사건이 한국 정치를 막장으로 이끌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카메라에 담긴 발언이 무엇이든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 한마디면 끝날 일이었다. 미국 측에도 이 사실이 보고가 됐지만 해프닝으로 여기고 지나갔다고 한다. 한·미 동맹 훼손 운운은 너무 과장된 표현이다. 이것이 정부·여당이 ‘자막 조작 사건’이라면서 MBC를 몰아붙이고, 더불어민주당은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까지 발의할 일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해외 공식 석상에서 비속어를 사용한 사실은 분명히 잘못됐다. 그렇다고 그 한마디 때문에 여야가 날마다 싸울 정도로 지금이 한가한 때는 결코 아니다.

기왕 여기까지 왔으니 비속어 논란은 하루빨리 매듭짓는 게 좋겠다. 문제의 동영상은 주변이 시끄럽고 잡음도 많아 논란 부분을 여러 번 들어도 명확치 않은 게 사실이다. 민주당은 ‘바이든’이라고 주장하고 대통령실은 ‘날리면’으로 해명하니 이제는 각인 효과 때문에 뭐가 맞는지 구별하기가 더 힘들어졌다. 차라리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같은 공신력 있는 기관에 음성 원본 파일을 넘기고 결론이 나올 때까지 공방을 자제하자는 일부의 주장에 동의한다. 대통령실은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도록 사실상 방치하고 첫 보도 후 16시간이 지나서야 ‘바이든’을 ‘날리면’으로 바로잡은 이유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해명을 내놔야 할 것이다.

여야가 사생결단식 정면 대결로 치닫고, 내부에서는 다른 목소리를 옥죄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어 우려스럽다. 민주당의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제출 만장일치 당론 결정은 맞불 성격이 다분했다. 이재명 대표까지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데뷔 무대에서 “조문 없는 조문외교, 굴욕적 한·일 정상 회동은 국격을 훼손했다”고 가세했다. 국민의힘에서는 유승민 전 의원이 대통령실 해명을 두고 “막말보다 더 나쁜 게 거짓말”이라고 입바른 소리를 하자, 당권주자인 김기현 의원이 “내부 총질은 동지로서 해야 할 처신이 아니다”라고 저격하고 나섰다. 이 논란을 빨리 매듭짓자는 안철수 의원까지 비판하고 나서니 어쩌자는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연일 주식시장은 급락하고, 환율은 급등하면서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하락하면서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9월까지 300억 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래서는 한국 경제의 컨트롤타워가 되어야 할 대통령실이 국민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이 없었더라도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 온 것은 잘못이다. 대통령의 사과와 유감 표명이 지금이라도 나오길 바란다. 야당도 정치적 이익을 노린 ‘대통령 때리기’ 일변도로 나가서는 곤란하다. 지금 여야는 위기의식을 갖고 민생 입법과 정책 국감 준비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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