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자산거래소 난항, 중심 못 잡는 부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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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한 전문성과 강력한 추진력 갖춰
업계 선도하고 금융당국 설득해 나가야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라는 취지로 전격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창업 공간 등이 들어서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라는 취지로 전격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블록체인 창업 공간 등이 들어서 있는 부산국제금융센터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블록체인 특구 활성화라는 취지 아래 전격 추진 중인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 사업 앞에서 제대로 중심을 못 잡는 모습이다. 최근 운영 방식을 둘러싸고 불거진 논란은 추진 계획의 허술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안타깝게 다가온다. 전문성과 추진력이 부족하다 보니 거래소 설립에 부정적인 금융당국을 설득하는 일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시가 정확한 방향을 잡아서 한층 섬세한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다고 무한정 시간을 할애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러 논란을 딛고 서둘러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을 현실화하려면 보다 철저한 전문성과 함께 강력한 추진력이 절실하다.


논란 가운데 디지털자산거래소의 운영 방식부터 우선 살펴볼 필요가 있다. 부산시가 5월에 밝힌 내용은 사업자 공모를 통한 컨소시엄 형태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후 별다른 설명 없이 어떤 업체라도 일정 조건을 갖추면 디지털자산 거래가 가능한 회원제 방식으로 운영 방침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추진 일정은 또다시 지연되고 말았는데, 사업의 일관성 부재는 차치하더라도 아까운 시간만 낭비되고 있다는 업계의 비판은 충분히 타당하다. 불과 10억 원 규모를 출자해 총 출자금 750억 원 규모의 거래소 운영을 감당하겠다는 부산시의 발상도 납득하기 힘들다. 그 과정에서 응모 회원 업체들을 대상으로 부산시의 지배력 확보 방안을 숙제로 냈다고도 한다. 사업 전반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인상을 떨치기 힘든 이유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칼자루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의 마뜩잖은 반응이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거래소는 예컨대 주식시장의 한국거래소와 유사한 역할을 상정하고 있다. 이게 실현된다면야 국내 가상자산 시장을 지배할 유일한 거래소가 되는 것이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각종 비난과 논란을 무릅쓰고 이런 막대한 권한을 부산시에 넘겨줄지는 미지수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글로벌 거래소와 잇따라 손잡은 부산시의 디지털자산거래소 설립에 부정적이다. 자금세탁 위험과 국내 블록체인 산업 발전 저해 등을 이유로 든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블록체인 업계의 한숨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이 이해가 간다. 사업의 방향 설정이나 변경 과정에서 부산시는 금융당국과 아무런 협의도 조율도 하지 않았다. 이는 정교한 밑그림이나 탄탄한 논리가 없다는 걸 방증한다. 제도권 금융 영역의 반발을 넘으려면 먼저 치밀한 전문성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블록체인 특구의 장점을 살린 디지털자산거래소는 부산의 미래를 밝힐 새로운 길이 될 수 있다. 수도권에 몰린 관련 인프라를 지방에 확대한다는 균형발전 차원에서 그 정당성은 충분하다. 부산시가 완벽하게 정리된 입장과 대안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그래야 업계를 선도할 구심점 역할도 할 수 있고 금융당국 설득에도 성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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