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난민 '미스 미얀마'
“너와 나, 모든 사람을 위해/ 죽어가는 사람들이 있어… 더 나은 세계를 만들자/ 세상을 치료해/ 우리의 정신이 절대 죽지 않게 하자/ 두려움 없는 세상을 만들자/ 국가가 바뀌는 걸 보자/ 그들의 칼들이 쟁기로 바뀌게/ 함께 우리는 기쁨의 눈물을 흘릴 거야!”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
지난해 2월 1일 권력 상실을 우려한 군부 세력의 쿠데타에 맞선 미얀마 민중의 힘겨운 저항이 20개월째를 넘어서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쿠데타 이후 시민에 대한 학살과 폭력, 인권 유린이 이어져 현재까지 2000여 명이 살해당하고, 1만 5000여 명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쿠데타 세력은 시민 불복종 저항을 폭력으로 진압한 데 이어, 지난 7월에는 비공개 군사재판을 통해 전 국회의원과 작가 등 민주화 인사 4명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21세기에 공공연한 살인 행위가 국가란 이름으로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유족들은 시신조차 인도받지 못했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에 맞서는 민주 진영은 국민통합정부(NGU)를 수립하고, 쿠데타 저항 시위대를 보호하기 위해 시민방어군(people’s defence force)을 창설해 무장을 서두르고 있다. 이미 미얀마 수도 네피도와 최대 도시 양곤은 물론이고 전 국토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돌입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미얀마민주항쟁네트워크가 ‘미얀마 민중과 연대하는 집중집회’를 80회 이상 갖는 등 쿠데타 세력의 만행을 규탄하고 있다. 미얀마 출신 외국인 노동자와 유학생들도 돈을 모아서 국민통합정부에 힘을 보태고 있다고 한다.
미얀마 군부의 탄압에 항의하다가 망명하는 미얀마인들도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3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미스 그랜드 인터내셔널’ 대회에 참가해 군부를 공개 비판했던 ‘미스 미얀마’ 한 레이(23) 씨도 그중의 한 명이다. 레이는 당시 무대에서 “조국에서 많은 사람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미얀마를 도와주세요”라면서 마이클 잭슨의 ‘힐 더 월드’를 불러 세계인의 공감을 샀다. 이후 미얀마 군부로부터 체포 영장 등 ‘죽음의 위협’을 받은 그는 귀국하지 못하다가, 유엔난민기구(UNHCR)의 도움으로 캐나다에 난민 지위로 입국했다고 한다.
젊은이들이 떠나는 나라에 미래가 있을까. 레이가 부른 노래처럼 ‘두려움을 떨치고, 그들이 가진 꿈으로 밝은 세상을 만들어 가는’ 진정한 미얀마의 봄을 세계가 응원한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