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78>‘최 부자 집’은 부잣집
이진원 교열부장
‘폭염주의보가 발효 중인 30일 오후 피서객들이 강원 강릉시 안현동 경포해수욕장 소나무숲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사진기사 설명에 나온 ‘소나무숲’은 ‘소나무 숲’으로 띄어 써야 한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숲: ‘수풀’의 준말.(울창한 숲./우거진 숲./소나무 숲./푸른 숲./나와 누나는 발소리를 죽이며 어두운 숲 그늘을 밟고 산비탈을 올라간다.〈김승옥, 생명 연습〉
이처럼 표준사전에는 아예 ‘소나무 숲’이 보기글로 올라 있다. 붙여 쓰지 못하게 못질을 해 놓은 것. 한데, 표준사전에는 이런 올림말(표제어)도 있다.
‘솔숲, 대숲, 갈대숲, 풀숲.’
‘어! 이건 뭐야’ 싶을 텐데, ‘솔+숲, 대+숲, 갈대+숲, 풀+숲’의 관계가 긴밀해졌다고 판단해 이 말들은 한 단어로 처리한 것이다. 일종의 예외랄까. 이런 사례는 그리 드물지 않다. ‘(일부 식물이나 동물을 나타내는 명사 뒤에 붙어)그 식물이나 동물의 알을 나타내는 말’이라는 뜻풀이에 따라 ‘머루알, 은행알, 타조알’이 한 단어가 되고, ‘(일부 명사 뒤에 붙어)그 식물이나 자연물, 수산물 따위가 많이 있거나 나는 곳’이라는 뜻풀이에 따라 ‘고추밭, 나무밭, 흙밭, 파래밭’이 한 단어가 된다.
*철: 한 해 가운데서 어떤 일을 하기에 좋은 시기나 때.(모심기 철./벼 베기 철./이사 철.)
이것 역시, ‘인사 철, 피서 철’로 써야 한다. 하지만, ‘가을철 가을걷이철 겨울철 꽃철 단풍철 더운철 밭갈이철 복철 봄철 사냥철 여름철 장마철 추수철 혼수철 휴가철’은 한 단어여서 붙여 쓰는 것(이라고 표준사전에 올라 있다). 물론 이 정도면 예외로 보기엔 좀 많은 편이기는 하지만…. 다른 사례도 있다.
‘사람이나 동물이 추위, 더위, 비바람 따위를 막고 그 속에 들어 살기 위하여 지은 건물’로 풀이되는 ‘집’은 일부 명사 뒤에 붙어 갈빗집 고깃집 꽃집 피자집처럼 ‘물건을 팔거나 영업을 하는 가게를 나타내는 말’이 되기도 한다. 자, 그렇다면 아래에선 어느 것이 맞을까.
‘최부자집/최부자 집/최 부자집/최부잣집/최 부잣집.’
답은, ‘없다’다. ‘부잣집’이 한 단어이기는 하나, 여기서는 ‘최 부자의 집’이라는 뜻이므로 ‘최 부자 집’으로 써야 하는 것. ‘최부자댁’이나 ‘최참판댁’도 같은 이치로 생각하면 된다. ‘참판댁, 판서댁’처럼 쓰면 택호가 되지만 ‘댁’ 혼자서는 ‘남의 집이나 가정을 높여 이르는 말’이어서 ‘선생님 댁, 이장 댁’처럼 써야 한다. 그러니 ‘최 부자 댁’이나 ‘최 참판 댁’이 옳은 것.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