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겪은 부산 중학생, 정신건강 급격히 나빠졌다
부산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발표
2019년 중 1 정신건강 평균점수
4.15서 2년 만에 3.84점으로↓
코로나 이전 시기보다 하락 폭 갑절
교사-학생 ‘피상적 소통’ 큰 영향
학생 간 정신건강 양극화도 ‘심화’
코로나19 영향으로 부산의 중학생들의 정신건강 악화 속도가 더 빨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온라인 수업을 진행할 당시 부산의 한 중학교 교실이 학생들 없이 텅 비어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19 시기를 겪은 부산지역 중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코로나 이전 중학생들보다 배 가까이 급속도로 나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다각적이고 체계적인 관리 필요성이 제기된다.
■교사-학생 ‘피상적 소통’
“선생님과 사적인 얘기는 거의 해 보지 못했습니다.” 부산 시내 한 중학교에 다니는 A 군은 선생님과의 소통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선생님이 연락하는 경우는 보통 온라인수업에서 왜 과제를 제출 안 했는지 확인할 때”라고도 했다.
학생 지도에 답답함을 호소하는 것은 교사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의 한 중학교에서 담임을 맡고 있는 B 교사는 “코로나 방역지침 때문에 외부음식 반입, 마스크 착용 등 세세하게 지도할 게 너무 많아져 학생들 입장에선 선생님이 자신을 혼내는 존재라고 느끼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 이후 중학생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탐색’을 주제로 부산지역 중학생들을 연구한 서울대 엄문영(교육학과)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심층인터뷰 대상인 교사 5명과 학생 15명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한 교사와 학생 간 상호 소통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코로나 시기 이 같은 학생과 교사 간 소통 어려움은 학생들의 정신건강 악화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교육청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엄 교수 연구팀이 진행한 연구 결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부산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빠르게 악화됐다.
해당 연구에 따르면 2019년 당시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정신건강 평균점수가 4.15점(5점 만점)에서 1년 뒤인 2020년 3.94점, 2021년에는 3.84점으로 하락했다. 중학교 1학년에서 3학년으로 성장하는 2년 동안 0.31점이 줄어든 것이다. 이는 코로나 시기 이전인 2016년 중학교 1학년 학생들의 정신건강 점수가 3학년 때까지 0.16점 하락(4.09점→3.93점)한 것보다 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엄 교수 연구팀은 부산지역 학생들의 성장 과정을 추적 조사하는 부산교육종단연구(BELS)의 하나로 이번 연구를 진행했다. 구체적으로 2016년 당시 중학교 1학년 학생 800여 명과 2019년 중학교 1학년 학생 800여 명의 3년치 추적 관찰 자료를 비교 분석했다.
연구진은 대상 중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공동체의식·자아존중감·학교소속감 등 ‘개인적 요인’과 부모·친구·교사와의 ‘관계적 요인’을 꼽았다. 코로나 이전·이후 학생들 모두 공통적으로 공동체의식과 자아존중감, 학교소속감이 높을수록 정신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됐다.
관계적 요인의 경우 부모와의 관계는 코로나 전후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반면, 친구 관계는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정신건강엔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았다. 특히 교사와의 관계는 코로나 이전 학생들의 정신건강엔 영향이 없었으나, 코로나 시기를 겪은 학생들에겐 외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기존 연구와는 상이한 결과다. 연구진은 “코로나19로 인해 학생과 교사 관계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물고, 주로 학생 잘못을 지적하는 내용으로 소통이 이뤄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서적 양극화’도 심화
연구팀은 학생들의 정신건강이 양극화하는 양상도 확인했다. 학년별 정신건강 점수를 보면, 중학교 2·3학년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비해 코로나 이후 학생들의 표준편차가 컸다. 정신건강이 좋은 학생과 나쁜 학생의 격차가 더 벌어졌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런 현상이 확인됐다.
한 중학교 교사는 “누군가 케어를 해 줘야 일정 수준까지 올라올 수 있는 아이들이 돌봄을 못 받다 보니 많이 처져 버린 것 같다”며 “정서적인 면에서도 양극화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학교 교감은 “잘하는 아이들은 그대로 잘하고, 못하는 아이들은 더 못하게 되면서 양극화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학생들 역시 유사한 상황이었다. 평소 부정적인 태도를 지닌 학생들은 정서적 어려움이 더 심화됐다. 친구와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줄면서 상대적으로 친구 관계에 영향을 많이 받거나 온라인 활동을 활발하게 못하는 학생들이 정서적으로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학생 상담과 체육대회 등 학교 행사 활성화, 다양하고 건강한 친구관계 방안 모색 등을 해결책으로 꼽았다. 연구진은 또 “체계적인 학부모 연수를 제공하고, 교사 정신건강 회복에도 관심을 가져야 학생들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부산교육정책연구소는 전국 31개 연구팀이 참여하는 ‘2022 부산교육종단연구 학술대회’를 29일 오후 온라인으로 개최한다. 1부에서는 엄 교수 연구팀을 비로한 3편의 논문이 발표된다. 2부에서는 학업·학교풍토·행복감·진로 등 4개 세션으로 나눠 12편의 논문 발표와 토론·질의응답이 이어진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