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문화유산의 감춰둔 모습 ‘새롭거나 낯설거나’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강형원
두 차례 퓰리처상 수상 사진 기자
사진으로 한국문화 아름다움 알려
〈사진으로 보는 우리 문화유산〉을 펼치기 전, 몇가지 궁금증이 있었다. 방대한 문화유산들이 가진 제각각의 가치를 어떻게 표현했을까라는 점과 대중들의 눈에 익은 문화유산의 외형을 새롭거나 낯설게 표현한다는 것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점이었다. 특히 이 책을 선보인 33년 경력의 포토저널리스트인 강형원은 왜 문화유산을 주제로 택했을까 하는 점도 무척 궁금했다.
강형원은 LA 타임스, AP 통신, 백악관 사진부, 로이터 통신 등에서 사진 기자로 일했다. 1993년 LA 4·29 폭동 보도 사진, 1999년 빌 클린턴 미국 전 대통령 스캔들 보도 사진으로 퓰리처상을 두 차례 수상하기도 했다. 한국인 출신 가운데 처음이다. 6·10 민주 항쟁, 1988년 서울 올림픽 등 한국 현대사의 주요 사건을 카메라에 담았으며, 1995년과 1997년에는 북한을 방문해 북한 주민의 삶을 취재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사진 기자라고 할 수 있다. 그는 한국에서 ‘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이 책 집필과 발간도 이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는 해외에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왜곡되거나 빈약하게 다루어지고 어색한 영어로 어설프게 표현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 이로 인해 이민 세대들이 한국인의 정체성을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저자 역시 인생 대부분의 시간을 영어권에서 보낸 미국 이민 1.5세대였기에 이러한 현실이 더더욱 피부에 와닿았다고 밝힌다. 이러한 고민을 바탕으로 한국어와 영어, 두 개 언어로 이 책을 구성했다. 국내 독자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살아가는 재외 한국인과 그들의 2~3세대, 더 나아가 한국에 관심을 갖고 있는 외국인들에게까지 ‘한국과 한국 문화’를 정확하고 올바르게 알리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것이다.
책 곳곳에는 강형원의 고민과 문화 유산에 대한 사랑이 오롯이 녹아있다.
백제 금동 대향로, 연천 전곡리 주먹 도끼, 반구대 암각화,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 독도, 하회 별신굿 탈놀이, 온돌, 증도가자 금속 활자 등 25개의 유산은 감춰둔 모습을 기꺼이 그에게 드러낸다.
고령 대가야 고분 위를 뛰어가는 고라니를 포착한 모습, 반구대 암각화에 새겨진 사람 얼굴을 바위의 거친 질감, 세월의 흔적과 함께 표현한 사진, 금동 미륵보살 반가 사유상의 뒷모습 등 책 속에서 만나는 그의 사진은 긴 여운을 남긴다. 눈에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까지 포착하려는 저자의 마음은 한국의 역사와 문화에 얽힌 이야기를 예리하게 포착한다.
저자는 “지금껏 역사를 일구어 온 세대와 미래에 우리 역사의 주인공이 될 다음 세대가 함께 볼 수 있는 패밀리북이자 세계에 뻗어 있는 한국인들에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과 자부심을 심어 줄 역사·문화 기록물, 외국인들에게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그런 책으로 남길 원한다”고 밝혔다. 강형원 지음/알에이치코리아/208쪽/1만 9500원.
천영철 기자 cyc@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