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언어 천재들이 남을 설득하는 말의 비결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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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정재영

“우리 음식에 대해 자랑할 생각이 없어요. 다만 최상급 소고기 안심과 신선한 로브스터 요리는 세계적 클래스이고 저희가 직접 구운 빵을 곁들이면 더더욱 훌륭하다는 사실만은 알려드리고 싶어요.” 자기 자랑하지 않는 척하면서 자랑하는 말이다. 화자도 이득이고 음식을 먹을 청자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신기한 화법이다. 말하지 않겠다면서 강도를 더 높이는 이런 방식을 ‘아포파시스’라고 일컫는다. ‘양부음술’로 번역된다.

우리는 화려한 언변, 청산유수와 같은 말솜씨에 무엇이 숨어 있는 것일까 자주 궁금해한다. 말에 특별한 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도 타인을 쉽게 설득하고 신뢰와 공감을 얻어내는 비결을 알고 싶은 것이다. 아포파시스는 그런 의문을 푸는 하나의 실마리로 작용한다.

〈언어 천재들은 어떻게 말을 할까〉는 현재 한국 사회는 물론 동서고금을 통해 인상적인 말과 문장으로 이름을 남긴 작가나 학자들의 언어가 어떤 흐름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았는지 분석한다. 책과 방송을 통해 ‘언어 천재’로 인정받는 사람들의 언어 습관도 담겨 있다.

이 책은 오래도록 검증되어온 수사법과 함께 말과 글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 알려준다. 말과 글에 설득력, 공감, 신뢰를 부여하는 언어 천재들의 43가지 기술을 말한다.

말을 잘하는 비결은 화려한 문장도 풍부한 지식도 아니다. 마음을 전하고 설득력을 높이는 논리와 감성의 수사법으로 요약된다.

그들의 언어가 유명세만큼이나 대단해 보이지만, 하나씩 뜯어보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을 뿐 아니라 의식 없이 사용하는 말 기술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뿐이다. 그들은 반복, 비교, 대조, 반어, 역설, 과장, 인정 등의 여러 도구를 언제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정재영 지음/21세기북스/336쪽/1만 8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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