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죽음의 일꾼’ 통해 애도의 본질을 되묻다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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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 곁의 산 자들/문지원 헤일리 캠벨

우리는 매일 부음을 듣을며 살지만 죽음은 우리 곁에서 멀어졌다. 죽음이란 두려운 것, 에두르고 멀리해야 하는 것, 건실한 사회 기반 유지를 위해 뒤로 숨겨야 하는 것으로 전락(?)했다. 문명의 역할 또한 죽음 뒤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교묘하게 감추고, 그리하여 사람들은 죽은 자 곁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하고,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다.

이 책은 죽음과 나란히 산 자가 매일 맞닥뜨리는 광경과 내면을 들여다보며 애도의 본질을 되묻고 있다.

저자 헤일리 캠벨은 열두 살에 죽음이 ‘순간’이 아닌 ‘과정’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불어난 하천에 빠진 반려견을 구하려다 익사한 친구의 장례식 날이었다. 성당 의자에 앉아 하얀 관을 응시하다 캠벨은 누군가가 친구를 물에서 건져내 수습하고 성당으로 옮겼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는 시신을 보살피고 처리한 것이다. 일찍이 죽음과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매료되었던 캠벨은 기자가 되어 그들을 찾아나섰다.

캠벨이 만난 ‘죽음의 일꾼’들은 장의사와 특수 청소부부터 이름조차 낯선 사산 전문 조산사까지 매우 다양하다. 클레어는 산모의 배 속에서 이미 죽었거나 태어나더라도 생존 가능성이 없는 아기를 받는 조산사다. 테리는 전 세계에서 환자들이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는 메이오 클리닉에서 해부 책임자로 일하고 있다. 탄생의 기쁨을 압도하는 죽음의 슬픔을 감당해야 함에도 테리와 클레어 같은 사람들이 죽은 자 곁에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스스로 옳고 선한 일을 하고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편집된 죽음의 이야이와 이미지에서 벗어나 죽음의 세계를 탐구하고자 첫발을 뗀 이들에게 이 책은 진실하고 친절한 안내서가 되어줄 듯하다. 헤일리 캠벨 지음/서미나 옮김/시공사/400쪽/2만 2000원.


윤현주 기자 hoho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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