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수의 치고 달리기] 이대호에게 거는 기대
스포츠부 기자
롯데 자이언츠는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구단 두 번째 영구결번으로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다음 달 8일 사직구장을 떠난다. 그의 등번호 10번은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무쇠팔’ 고 최동원(11번)에 이어 롯데 구단의 두 번째 영구결번이다. 최동원과 이대호의 등번호는 사직구장 전광판 아래 왼쪽·오른쪽에 나란히 배치된다. 1980년대와 2000년대를 대표한 두 ‘전설’의 상징 번호가 이제 사직구장을 지킨다.
이대호가 한국프로야구에 남긴 발자국은 선명하다. △KBO리그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 △한국인 한·미·일 통산 최다 안타(27일 현재 2892개) 기록은 한동안 한국프로야구에서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이대호는 올림픽·아시안게임·WBC 등 여러 국제경기에서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야구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사했다.
특히 롯데 팬들은 이대호가 보여준 화끈한 공격력을 잊지 못한다. 그가 롯데에서 17시즌 동안 보여준 안타와 홈런에 울고 웃었다. 이대호의 염원이자 팬들의 염원이기도 한 롯데 우승은 끝내 달성하지 못했지만, 팬들에게 이대호는 영원한 ‘조선의 4번 타자’다. 이대호가 은퇴 시즌인 올 시즌에도 KBO리그 타격왕 경쟁을 벌이고 있는 모습에 팬들은 열광하고 있다.
이대호는 2017시즌을 끝으로 은퇴한 이승엽과 함께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다. KBO가 이승엽에 이어 10개 구단이 참가하는 은퇴 투어를 결정한 것은 이대호가 오랫동안 한국프로야구 발전에 기여한 노력을 인정해서다.
KBO리그 첫 은퇴 투어의 주인공인 이승엽은 은퇴 이후 자신의 이름을 딴 야구장학재단을 설립했다. 그는 장학재단이 주최하는 전국리틀야구대회를 열어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발걸음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도 출연해 프로야구 흥행에 힘을 보태고 있다. 현역 시절 팬들에게 받은 사랑을 국내 야구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대호의 은퇴 이후 행보 역시 한국 야구 발전에는 중요하다. 이대호가 그동안 보여준 선한 영향력은 한국 야구가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꼭 필요하다. 은퇴 이후 열리는 행사지만, MLB 선수들의 국내 방문 경기에 이대호가 참가한다면 그가 뛰는 모습을 한 경기라도 더 보고 싶은 팬들에게는 큰 선물일 수 있다. MLB 통산 네 번째 700홈런을 달성한 앨버트 푸홀스와의 맞대결도 기대된다. 올해 나란히 은퇴하는 한·미 슈퍼스타들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일 수 있다.
이대호가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야구의 즐거움은 올 시즌을 끝으로 느낄 수 없다. 하지만 이대호가 야구장 밖에서 보여줄 한국 야구 발전을 위한 발걸음은 이제 시작이다. 이대호가 은퇴 이후 걸어갈 모습이 지난 22년간 그라운드에서 보여준 활약만큼 의미 있는 걸음이길 기대해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