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J중공업 “영도 쓰레기 우리가 치웁니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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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도 본사 향토기업 노사협심
산책하며 쓰레기 줍기 캠페인
오랜 노사갈등 넘어 화합 도모
“지역 위한 행사 꾸준히 마련”

HJ중공업 임직원들이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중리해변에서 지난 태풍 때 떠밀려온 비닐, 플라스틱, 폐어구, 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쓰레기를 줍는 ‘플로킹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HJ중공업 임직원들이 29일 오후 부산 영도구 중리해변에서 지난 태풍 때 떠밀려온 비닐, 플라스틱, 폐어구, 스티로폼 등 각종 해양쓰레기를 줍는 ‘플로킹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의 대표적인 향토기업인 HJ중공업 임직원들이 올해 설립 85주년을 맞아 부산 영도에서 해변과 산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는 ‘플로킹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번 행사에서 HJ중공업 노사가 나란히 참석해 지역공헌 활동을 전개하는 등 노사 화합을 과시하기도 했다.

29일 오후 1시 부산 영도구 동삼동 중리해변에서 녹색조끼를 입은 200여 명이 흩어져 쓰레기를 줍는다. 추분이 지났지만 낮 최고기온이 27도까지 오르는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얼굴에는 금방 땀방울이 흘러내렸고 옷도 금방 축축해졌다. 이들은 HJ중공업 소속 임직원들로 양손에 집게와 봉투를 들고 중리해변 일대를 다니며 봉투를 채워나갔다.

산책하듯 걸으며 쓰레기를 주워 담은 지 20분도 채 되지 않았지만 참가자들이 든 봉투는 금방 쓰레기로 가득 찼다. 담배꽁초와 페트병은 물론, 폐어구, 스티로폼, 스테인리스 포크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이달 초 부산을 지나간 태풍 ‘힌남노’의 영향으로 많은 해양쓰레기가 해안으로 밀려온 영향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 구청과 인근 주민들이 정화 활동에 나서 큰 폐기물 등은 치워진 상태지만 곳곳에 크고 작은 쓰레기가 남아있었다.

1시간여 동안 플로킹을 마친 뒤 참가자들은 봉래산으로 이동했다. 둘레길과 산책로를 따라 봉래산을 오르며 일대 쓰레기와 부러진 초목 등을 치운 뒤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날 행사는 HJ중공업이 주관한 플로킹 캠페인의 일환으로 열린 것이다. 플로킹은 스웨덴어로 ‘이삭줍기’를 뜻하는 표현 ‘플로카 웁’(Plocka upp)과 ‘걷기’를 뜻하는 영어 단어 ‘워킹’(Walking)을 합성한 신조어다. 걷거나 산책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보호 활동을 말한다. 일상에서 건강과 자연을 함께 가꿀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자기관리와 환경 이슈에 관심이 많은 MZ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행사에 참가한 홍보팀 김예진 대리는 “회사에서 평범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플로킹을 진행한다고 해서 참신했다”고 말했다.

HJ중공업은 환경정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플로킹 캠페인을 기획했다. HJ중공업은 1937년 부산 영도에서 설립된 이후 계속 영도에서 조선업을 이어오고 있다. 참가자들이 두르고 있던 흰 띄에는 ‘봉래산 지킴이’라고 적혀 있었다. 영도의 자연을 상징하는 봉래산을 창립 이후 85년 동안 영도에서 사업을 이어온 향토기업 HJ중공업이 깨끗하게 가꾸겠다는 의미라고 회사는 설명했다.

이날 행사는 또한 노사, 구성원 사이 화합을 도모하기에도 적합했다. 사원부터 대표이사까지 직급, 건설과 조선 부문의 전 부서를 아울러 참가자들이 구성됐다. 경영진과 노동조합의 주요 관계자도 포함됐다. 대표이사가 담배꽁초를 집게로 집어 노조위원장이 들고 있는 봉투에 담기도 했다. 올해 2월 HJ중공업은 37년만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에 대한 명예복직과 퇴직을 노조와 합의해 오랜 노사갈등이 봉합되는 모습을 보였다.

최영철 노조위원장은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지속해서 영도의 환경에 기여하는 방안을 고민해달라고 경영진에 요구하겠다”며 “HJ중공업이 영도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고용보장과 신규 채용 등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도록 회사와 함께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HJ중공업 홍문기 대표는 “HJ중공업은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큰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있다”며 “회사가 자리한 영도의 환경과 상생해 발전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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