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순구개열 새로운 수술법 ‘부산변법’ 개발
[베스트 닥터 & 베스트 클리닉]
④ 부산대병원 배용찬 교수의 재건성형 클리닉
선천성 기형, 절개·합병증 최소화
발음·기능 해결 위해 수차례 수술
피부암 수술 후 결손 부위 완벽 재건
악성흑색종 확진 땐 전신검사 필수
라오스 현지에서 구순구개열 어린이 환자를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있는 배용찬 교수.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성형외과 배용찬 교수는 외상으로 생긴 흉터나 얼굴과 손에 생긴 선천성 기형을 교정하는 재건성형 분야의 권위자다. 부산경남창상학회를 설립하고 부산미용심포지엄을 개최하면서 지역 성형외과학 발전의 기틀을 다졌다. 대한성형외과학회장을 역임했고 표준성형외과학과 구순구개열학 등의 교과서 저자로 참가하기도 했다.
-재건성형 파트를 대학병원에서 맡고 있는데 주로 어떤 질환들을 치료하고 있나.
“성형외과 분야는 미용과 재건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하지만 그 둘이 완전히 분리되는 것은 아니다. 재건수술 같은 미용수술도 있고 미용수술 같은 재건수술도 있다. 제 환자의 40% 정도는 구순구개열을 포함한 소아성형 환자이고, 40% 정도는 피부암 환자들이다. 나머지 20% 정도가 눈이나 코수술 등 미용과 관련된 환자들이다.”
-국내외에서 의료봉사 단체를 만들어 오래동안 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국내는 ‘행복미소’, 해외는 ‘인지 클럽’이라는 봉사단체로 활동하고 있다. 인지클럽은 1997년부터 베트남에서 구순구개열 수술 봉사를 시작했다. 점차 범위를 넓혀 라오스와 미얀마에서도 동시에 세 팀이 가서 활동을 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되었는데 내년부터 다시 활동을 재개할 예정이다.”
-두경부에 가장 흔하게 생기는 선천성 기형이 구순구개열이다. 왜 이런 기형이 발생하는가.
“다인자적 원인이라고 보는데 어느 하나의 잘못으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면 임신 초기에 산모가 홍역 같은 바이러스성 질환을 앓아서 생길 수도 있지만 대개는 특별한 원인이 없다. 국내에서는 1천명 중에서 1~2명꼴로 발병한다. 유전적 성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낮다. 부모가 잘못해서 생기는 것은 절대로 아니므로 부모가 죄책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구순구개열이 있는 환자는 언제 수술하는 것이 좋나.
“입술이 갈라지는 구순열은 일반적으로 태어난지 3개월경에 수술하고 입천정이 갈라지는 구개열은 11~12개월 사이에 주로 한다. 만 4세가 지나면 언어평가를 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언어치료나 발음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수술을 하기도 한다. 얼굴의 성장이 끝나는 17~18세가 되면 최종적으로 입술이나 코에 대한 성형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다.”
-독창적인 구순구개열 수술법을 개발했다고 하는데.
“불완전 구개열을 재건하는 방법을 정리해서 ‘부산 변법’이라고 명명했다. 2000년대 초에 기존 수술법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필요없는 절개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했다. 구개 근육을 잘 연결시켜 최선의 결과를 얻으면서도 합병증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기술이다.”
-혈관 이상으로 생기는 혈관종과 혈관기형은 어떤 질환인가.
“혈관종은 보통은 출생시에 보이지 않거나 아주 작은 반점이 있다가 한두 달 사이에 커지기 시작한다. 반면에 혈관기형은 출생시에 분명하게 보이는데 이것도 세부 종류가 아주 많다. 간단히 말하면 비정상적으로 필요 이상의 혈관들이 생성되어 모여 있는 병변이라고 할 수 있다. 모세혈관이나 임파관으로 구성된 것, 동맥과 정맥이 바로 통하는 것, 그리고 여러 종류가 섞여 있는 것도 있다.”
-혈관종이 딸기 모양, 체리 모양을 하는 것도 있지만 그냥 붉은 점으로 나타나는 것도 있다. 어떻게 진단하나.
“혈관 병변은 상당히 복잡하고 구분이 어려워서 이 분야를 전공하지 않은 성형외과나 피부과 의사들도 종종 오진을 한다. 제일 중요한 것은 그 병변이 어떻게 시작했고 진행하였는지를 잘 들어보아야 한다. 간단한 신체 검사로 진단이 가능하지만 CT, MRI, 초음파 같은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어떤 치료방법이 있나.
“약물치료와 수술, 레이저 치료 등 다양하다. 병변 혈관에 직접 약물을 투입하는 경화요법을 시도하기도 한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완전하게 제거되기도 하지만 치료법이 안맞으면 거의 도움이 안되기도 한다.”
-피부암을 수술로 제거하는 모스 미세수술은 어떤 치료인가.
“피부암 병변이 있는 가장 자리와 바닥을 많은 분절로 나누어 암세포를 제거하는 수술법이다. 현미경을 보면서 암 조직이 나오지 않을 때까지 제거한다. 이렇게 해서 암세포는 완전히 제거하고 정상 조직은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이 수술법의 장점이다. 현재까지 세계적으로 가장 좋은 결과가 보고되고 있다.”
-피부암을 제거하고 난 후에 생기는 결손 부위는 어떻게 재건하나.
“몸통이나 사지에 생긴 피부암은 결손 부위의 재건이 비교적 쉽다. 하지만 얼굴에 발생한 피부암은 크기가 작더라도 기능적, 미용적으로 큰 불편을 줄 수 있다. 발생 부위와 결손 깊이에 따라 피부 이식술, 주위 조직을 이용한 국소피판술, 혹은 멀리 있는 곳에서 피부를 가져오는 원거리 피판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피부암 중에서도 악성흑색종은 예후가 나쁜 암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어느 정도인가.
“일반 피부암은 98% 가량 수술로 치료가 되는데 비해 이 병은 10명의 환자 중 2명이 사망할 정도로 아주 독한 암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잘 생기며 빨리 발견해서 수술을 받으면 치료성적이 더 좋아진다.”
-흑색종은 어떻게 진단을 하고 치료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몸에 검은색 점이 커지는지, 경계가 불규칙한지, 색깔이 울긋불긋한지를 자주 체크하는 것이다. 의심되는 부위가 있으면 일단 조직 검사를 통해 확진을 한 뒤 머리 끝에서 발끝까지 철저히 검사를 실시한다. 임파절로 전이가 되기 때문에 치료 계획을 잘 세워야 완치될 수 있다. 치료의 기본은 수술이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