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퍼펙트 스톰 오는데 ‘정쟁국감’ 골몰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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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은 버티기 힘들다고 하소연
국정 견인하는 생산적 논의 펼쳐야

2022년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관계자가 여야 의원 자리에 국감 자료를 올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2022년도 국정감사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실에서 관계자가 여야 의원 자리에 국감 자료를 올려놓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국회 국정감사가 4일 시작된다. 정권 교체 후 국정 기조가 크게 바뀐 가운데 경제 상황이 매우 위태로운 국면에서 이뤄지는 국감이다. 다른 어느 국감보다 더 주도면밀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기대는 일찌감치 접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도 있는 감사보다는 여야가 서로 헐뜯는 정쟁의 장으로 전락할 판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 순방 과정에서의 외교 논란, 대통령실 이전 관련 의혹, 문재인 정부 당시 안보·에너지 정책 논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법 리스크 등을 둘러싸고 전운은 이미 고조된 상태다. 경제가 지금 어떤 형편인데 정치권이 이러나 싶어 탄식이 절로 나온다.


당장 기업들은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난리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저성장까지 겹치는 이른바 ‘퍼펙트 스톰’(초대형 복합위기)에 대한 우려 탓이다. 삼성·LG 등 대기업에서조차 사장단 비상·전략회의를 잇따라 개최하면서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새해 투자 계획은 언감생심이고 기존 투자 계획조차 철회하거나 재검토하는 사례가 잇따른다고 한다. 중소기업들의 형편은 더 심각하다. 사실상 전시 체제라며 고통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끝을 모르고 치솟는 원자재 가격에다 환율 폭등까지 겹치면서 이러다가 줄도산에 내몰리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업종을 불문하고 팽배해져 있다고 한다.

앞으로가 더 절망적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던 무역수지가 지난 4월부터 6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6개월 연속 무역적자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이런 무역수지 적자 추세는 수입물가 상승과 글로벌 경기침체 등 대외적인 요인에 따른 것이라 단기간 내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외국 자본이 국내 시장에서 빠져 나가면서 주가가 폭락하는 등 금융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블룸버그 통신은 아시아에서의 금융위기 가능성을 제기하며 한국이 그 중심에 있을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말 그대로 복합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는 이러한 위기 극복에 총체적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게 그런 모습 중 하나다. 국회 국감은 정치권이 정부의 실정과 무능을 감시하고 질타하라고 국민이 권한을 위임한 자리다. 국정을 견인하는 생산적 논의를 펼쳐야지 정치 공방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건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는 짓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치 수준으로 추락했다. 여야 각 당의 지지율도 바닥이다. 지지율은 민심의 경고를 보여 주는 지표다. 정치권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되돌아보고 민심의 경고를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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