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난여름 4~6등급 수돗물 원수 공급받은 부산
두 달간 식수로 부적합한 물 공급 충격
수질 개선 난망 취수원 다변화 정책 절실
올여름 부산의 주요 취수장에 두 달 가까이 지속적으로 4등급 이하 수질의 원수가 공급된 것으로 확인됐다. 물금과 매리 취수장 일대 상공에서 바라본 낙동강의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낙동강 녹조로 몸살을 앓았던 지난여름, 식수로 사용하기 부적합한 오염된 물이 약 두 달 동안 부산 시민들에게 공급된 것으로 드러났다. 박재호 의원실이 물금과 매리 취수장의 수질 지표인 총유기탄소량(TOC) 자료를 받아서 분석한 결과, 6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58일간 수질 등급을 벗어난 4~6등급의 원수가 수돗물로 제공된 사실이 확인됐다는 것이다. 4~6등급은 생활용수인 1~3등급과 달리 공업용수 이하로 사용되는 수질이다. 물고기도 살 수 없는 가장 낮은 6등급의 공급도 10일이나 기록돼 충격을 안긴다. 수질 개선을 위해 매년 수백 원의 혈세가 투입되고 있는데도 해마다 녹조 현상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고 시민들의 건강은 날로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수돗물은 물론 공기 중에도 녹조 독성 물질이 발견된 게 얼마 전인데 여기 더해 오염된 물까지 식수로 마셨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환경정책기본법은 하천 수질을 1~6등급으로 나눈다. 고도로 정수 처리한 3등급까지는 그나마 먹을 수 있는 물이고 4~5등급은 정수 처리했다 해도 마실 수 없는 공업용수다. 6등급은 아예 용존산소가 부족해 물고기조차 살 수 없는 물이다. 전문가들은 최소한 사람이 먹는 원수 기준은 1~2등급은 돼야 한다고 본다. 4~6등급의 원수 공급은 인간의 환경권은 물론이고 환경정책기본법의 정신에 위배되는 행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낙동강 수질을 통합 관리해 건강한 강을 만들겠다는 취지 아래 제정된 법이 낙동강수계법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았지만 수질을 위협하는 산업단지와 고질적인 비점 오염원인 축산 농가 수는 되레 더욱 크게 늘었다. 유해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산단은 100개에서 267개로 많아졌고 면적 역시 배 가까이 넓어졌다. 폐수 관리의 핵심 제도인 수질오염총량제가 현실에서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이다. 오염원 제거와 폐수 관리의 획기적 개선책 없이는 강으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의 감소는 현재로선 기대난망이다. 환경적 가치보다 경제 논리가 힘을 얻는 지금, 그런 우려가 더욱 크다.
부산시는 지난해 물금·매리 취수장의 원수를 구입하는 데 186억 원을 썼다. 조류경보 발효 등을 이유로 13억 원을 돌려받았지만 매년 작지 않은 규모의 혈세가 구입비로 나가고 있는데, 막대한 정수처리 비용은 별개다. 부산은 그동안 수천억 원에 달하는 낙동강 물이용부담금을 내고서도 수질 개선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물이용부담금을 줄이고 취수원 다변화의 방향성을 빨리 잡아 나가는 길밖에 없다. 물론 영남권 지자체 사이에 다양한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 결코 풀기 쉽지 않은 문제다. 낙동강 지자체 간 상생 협력과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정책이 흔들리지 않게 정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 특히 환경부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