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단상] 부울경 메가시티 파열음…수도권이 웃고 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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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길수 지역사회부 중부경남팀장

부산·울산·경남지역 800만 주민의 염원인 부울경 메가시티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이대로 간다면 당초 부울경의 공동 번영을 목표로 출발했던 삼총사가 저마다 이익과 손해를 저울질하며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 행군을 할 것으로 보인다.

부울경 특별연합의 대안으로 행정통합이 제안됐지만 성사를 장담할 수 없다. 행정통합은 특별연합보다 더 멀고 험난한 여정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행정통합이라는 계단이 너무 가팔라 한 번에 갈 것을 두 번으로 나눠 가려고 시도된 것이 특별연합이기 때문이다.

메가시티의 전도사 격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는 최근 옥중서신을 통해 “연합과 통합은 서로 배치되는 사업이 아니라 연속선상에 있는 사실상 하나의 사업이고, 연합 없는 통합은 기초공사도 하지 않고 집 짓겠다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그는 “메가시티와 행정통합의 필요성을 놓고 시·도민들과 소통, 공감대 형성, 공론화 추진과 해외사례 연구, 현지 답사 등 다양한 방안을 통해 행정통합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미 판은 뒤집어진 형국이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지난달 19일 부울경 특별연합은 ‘옥상옥’이라며 실익이 없다고 선언했다. 이어 일주일 후인 26일 김두겸 울산시장도 부산과 경남에 빨대효과 등으로 울산에 실익이 없다고 했다. 대신 박 지사는 행정통합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김 시장은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며 경북 포항·경주 등과 ‘해오름 도시’ 특별연합 구축을 추진한다는 입장까지 밝혔다. 사실상 특별연합 파탄 선언와 함께 향후 진로까지 밝힌 셈이다. 또 특별연합 좌초로 인한 혼란을 막고 이견 조율의 중심 역할을 기대했던 박형준 부산시장의 역할도 없었다. 그는 지난달 23일부터 9박 12일 일정으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 중남미로 출장을 떠났다.

특별연합 좌초에 대해 부울경 주민들로선 아쉬운 마음이 들겠지만, 수도권에선 ‘자중지란’의 결과로 분석할 가능성이 높다.

2019년 12월 메가시티 논의가 시작된 지 3년 만에 부울경 광역단체장들이 각자 논리와 당면한 현안에 빠져 동남권 메가시티의 꿈이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하지만 이를 중재하거나 봉합하려는 노력은 없었다. 부울경이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지방소멸의 운명을 벗어날 방법이 없다.

메가시티는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국정과제로, 여당 지도부는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부울경 현안 해결에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부울경 메가시티에 대한 최근 파열음에도 중재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주 중 부울경에서 ‘제2 국무회의’로 불리는 중앙지방협력회의가 윤석열 정부 들어 처음 개최될 예정이어서 어떤 이슈들이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 회의가 윤 대통령이 부울경 메가시티를 제 궤도에 올릴 방안을 모색할 절호의 기회다. 회의기구를 만든 취지가 국가균형발전에 있으며, 메가시티 구축은 지역균형발전을 촉진하는 대통령 공약이자 국정 과제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부울경 지자체와 주민도 공동생존과 번영을 위해 다시 주변을 살펴봐야 한다. 수도권 일극화로 인해 소멸을 걱정하는 상황에서 눈앞의 작은 이익을 두고 싸울 때가 아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지금 수도권이 웃고 있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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