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인권 침해’ 사례 반영 안 하고 시설 민간 위탁 연장 시도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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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법인 갱신 시의회 심의에
수탁자 심의에도 결정문 미첨부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청 로비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한 노숙인시설의 민간 위탁 연장을 심사하면서 기존 수탁 법인의 ‘인권 침해’ 사례를 제대로 반영하지 않아 논란이 인다. 복지시설의 핵심 가치인 인권 문제가 충분히 다뤄지지 않은 것을 두고 민간위탁의 법적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는 지난달 13일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 관리위탁기간 갱신 동의안’을 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심의 안건으로 올렸다. 동의안은 노숙인시설인 부산희망등대종합지원센터(이하 센터)를 기존 수탁자인 A사회복지법인에 2027년까지 위탁한다는 내용으로, A법인에 대한 성과평가 자료 등이 첨부됐다. A법인은 내년 2월까지 센터를 운영하기로 돼 있다. 복지환경위는 4일 위탁 갱신 여부를 심의할 예정이다.

심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8대 시의회 때인 올 5월에도 A법인에 대한 인권 침해, 환자 몰아주기 의혹 등으로 갱신 동의안이 한 차례 부결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A법인이 맡고 있던 센터는 코로나19로 격리 중인 한 노숙인이 이탈하는 일이 발생하자 노숙인들이 나가지 못하게 39시간 자물쇠 잠금장치를 해 인권 침해 논란을 일으켰다. 시 시민인권침해 구제위원회는 올 3월 “과도한 제한으로 격리 노숙인의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

문제는 해당 법인을 평가하는 수탁자 심의위원회 때 이 같은 인권 침해 결정문이 첨부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법적 첨부 서류가 아닐뿐더러 위원들의 공정한 평가를 해칠 것으로 봤다”면서 “반드시 첨부해야 할 중대한 인권 침해 사례도 아니었다”고 말했다. 시는 자체 조사 결과 다른 문제를 확인하지 못했고 A법인이 시 위원회의 권고를 모두 이행했기 때문에 갱신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복지시설 운영에 중요한 인권 침해 사례를 심사에 반영하지 않은 것은 ‘봐주기 심사’로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 산하 위원회가 판단한 공식 결정문은 사건의 경중을 떠나 심사위원들이 참고해야 할 자료라는 것이다. 부산의 한 사회복지계 관계자는 “시가 판단한 인권 침해를 시가 무시하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모르겠다”면서 “인권 침해 정도에 대한 판단은 심사 위원들이 할 몫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은 심사 때 다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이번 사례를 계기로 복지시설 민간 위탁 심사에 대한 법적 보완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부산시의회 복지환경위원회 문영미(비례) 의원은 “앞으로 수탁자 선정위원회와 별도로 민간위탁 관리위원회를 함께 운영해 복지시설 민간 위탁의 공정성,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면서 “이미 시행 중인 타 시·도 사례를 확인해 조례 개정 등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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