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생 사망 들춰보니 ‘검은 청탁’… 부산교육청 줄징계 예고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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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1년 만에 A 사무관 구속
B 씨, A 사무관에 사위 합격 청탁
면접우수 합격 사위 정작 임용포기
공시생-B 씨 사위 직렬 달랐지만
기술직 응시생 동일 면접관 평가
공시생 직렬서도 면접우수자 2명
경찰, 또다른 부정청탁 가능성 수사
시교육청, 관련자 대규모 징계 절차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시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부정청탁 정황(부산일보 10월 3일 자 6면 등 보도)이 1년여 만에 속속 드러나고 있다. 현재까지 해당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계된 공무원만 10명이 넘는 가운데, 수사 결과에 따른 사법적 처벌과 별개로 시교육청 차원의 역대급 줄징계가 예상된다.


■부정청탁 합격자는 ‘임용 포기’

이번 사건은 지난해 7월 석연치 않은 이유로 불합격한 공시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불거졌다. 해당 공시생은 자신이 속한 면접조에서 필기시험 기준 5명 중 3등으로 합격권(3명 선발)에 들었지만, ‘면접우수자’ 2명이 나오면서 최종 4위로 밀려 불합격했다. 지방공무원 임용령에 따르면 면접위원 중 과반으로부터 5가지 평정요소에서 모두 ‘상(上)’을 받으면 면접우수자가 돼 필기 성적과 상관없이 합격하게 된다.

이 공시생은 필기시험 기준 5등인 학생이 면접우수로 합격하자 의문을 제기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시교육청 측이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사이에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유족의 고소로 경찰 수사가 시작됐고, 사망 공시생이 포함된 ‘면접 제15조’에서 면접위원과 응시자 사이에 부정청탁 정황이 최근 밝혀졌다. 면접위원과 응시자들이 1조부터 14조까지 여러 경우의 수로 뒤섞인 다른 조와 달리, 기술직만을 대상으로 한 15조의 경우 전문성을 이유로 기술직 출신 면접위원 3명이 면접 응시자(16명) 전원을 평가하는 단일조 면접 방식으로 진행됐다.

검찰의 공소 사실에 따르면 청탁금지법 위반과 공무상 기밀 누설 혐의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시교육청 A 사무관은 ‘사위의 합격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전 교육지원청장 출신 B 씨의 청탁을 받아들여, 자신이 면접위원으로 참여한 제15조 면접에서 해당 응시자가 고득점을 받을 수 있도록 다른 면접위원들을 유도했다. 청탁 과정에서 B 씨의 부하직원이었던 C 계장과 본청 D 직원도 관여했다. 면접에 앞서 D 직원이 A 사무관에게 B 씨 사위의 인적사항을 건넸고, A 사무관은 예상 면접 문제를 C 계장에게 전화로 전달했다.

기술직렬 응시자만 모은 면접 제15조는 학력·경력·성별 제한이 없는 ‘공개경쟁’과 특성화·마이스터고 출신만 지원할 수 있는 ‘경력경쟁’으로 나뉜다. 3명을 선발하는 공개경쟁의 시설(건축)직렬에 응시한 B 씨의 사위는 필기시험상으론 불합격권이었지만 면접위원 과반으로부터 ‘상 5개’를 받아 면접우수자로 합격했다. 하지만, 공시생이 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진 뒤 최종합격 이후 임용후보자 등록을 하지 않았고, ‘임용 포기’ 처리됐다.

■사망 공시생 직렬 면접도 부정 가능성

특성화고 출신인 사망 공시생은 면접 15조 내에서 B 씨 사위와는 다른 직렬인 경력경쟁의 시설(건축)직렬에 지원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이번에 밝혀진 부정청탁의 연결고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다만, 경찰은 공시생이 속한 직렬에서도 A 사무관을 비롯해 시청·우정청 소속의 동일한 면접위원 3명이 마찬가지로 평가에 참여했기 때문에 추가 혐의점에 대해 계속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공시생이 속한 직렬에서도 2명의 면접우수자 합격자가 나왔다. B 씨의 사위만 유일한 면접우수자일 경우 공정성을 의심받을 것을 우려해 면접위원들이 추가로 다른 응시자에게 면접우수를 줬을 가능성이나 공시생이 속한 직렬에서 또 다른 부정청탁이 있었을 가능성까지도 열어 두고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추가 부정청탁이 밝혀지면 다른 면접위원까지 연루된 광범위한 부정이 이뤄졌다는 의미이고, 아니더라도 B 씨의 부정청탁 때문에 다른 직렬의 응시자에게까지 엉뚱한 피해를 준 결과를 낳은 셈이 된다. 어떤 결론이 나더라도 죽음까지 부른 공직사회의 부정청탁에 대한 비난과 사회적 파장은 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경찰 수사와 재판 진행 상황에 따라 이번 사건에 연루된 시교육청 직원들에 대한 대규모 징계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A 사무관에 대해서는 최고 수위인 ‘파면’ 징계 요청이 내려졌고, 징계위원회는 1심 판결 때까지 징계를 보류했다. 이와 함께 시교육청은 향후 공판 진행과 맞물려 최초 청탁자인 B 씨, 청탁 매개자인 C 계장과 D 직원에 대한 징계 절차도 밟을 예정이다.

이에 더해 공시생이 사망하기까지 소극적으로 대처해 유족의 반발을 산 시교육청 채용 담당 부서장과 직원 등 4명에 대한 징계도 진행 중이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공시생을 사망까지 이르게 한 만큼 무거운 사안으로 보고 있다”며 “지난달 열린 징계위 결과에 대해 4명 모두 재심을 청구해, 11월께 최종 징계 결과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대성 기자 nmaker@busan.com ,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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