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 택시난 완화”… 50년 만에 ‘택시부제’ 해제한다
법인택시 기사, 택배·배달로 이탈
개인택시 기사, 심야 운행 기피
수요-공급 불일치 심각한 상황
부산시도 해제 여부 검토 논의
국토교통부가 심야 택시난을 완화하기 위해 택시 부제를 해제하고 법인택시 기사 수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부산 동구 부산역 택시 승강장에 대기 중인 택시. 부산일보DB
정부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심야 택시난을 완화하기 위해 약 50년 만에 택시부제를 해제하고, 법인택시 기사 수급을 원활하게 하는 대책을 발표했다.
국토교통부는 심야 택시난으로 인한 국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당정협의 등을 거쳐 ‘심야 택시난 완화 대책’을 4일 발표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풀린 이후 현재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택시부제 등으로 심야에 택시를 잡기가 매우 어렵다. 이 같은 현상이 부산에서도 발생했는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부산시는 연말까지 오후 10시부터 오전 4시까지 택시부제를 해제했다.
또 코로나19 여파로 택시기사가 다른 직종으로 이탈하는 바람에 현재 운행을 하지 못하고 차고지에 묶여있는 법인택시가 매우 많다.
국토부는 “법인택시 기사는 수입이 높은 택배·배달 등 다른 업종으로 대거 이탈하고 개인택시 기사는 심야운행을 기피해 심야시간대 ‘택시 수요-공급 불일치’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1973년에 도입된 택시부제를 낮시간과 심야시간 상관없이 해제하기로 했다. 다만 택시부제 해제를 기본으로 하되, 택시 수급상황과 택시업계 의견을 주기적으로 검토해 결정한다. 현재 택시부제 해제는 지자체 권한인데, 앞으로는 국토부의 택시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기적으로 지자체 부제연장 여부를 심의한다는 것. 부산에서는 법인택시는 6부제, 개인택시는 3부제의 택시부제가 적용되고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택시부제 해제 여부에 대해 검토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법인택시 기사 지원자에게 범죄경력 조회 등 필요한 절차만 이행하면 즉시 택시운전이 가능한 임시자격을 주기로 했다. 단, 임시자격 부여 후 3개월 내 정식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내년 중 여객자동차법 개정을 통해 시행한다.
또 심야시간 등 특정시간에 택시기사가 부족한 점을 감안해 택시운전자격 보유자(범죄경력 조회 완료자)가 희망할 경우 파트타임 근로를 허용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재 다수의 차고지가 외곽지역에 있어 법인택시 기사 출퇴근에 어려운 점이 있다. 이에 거주지 주변 등 차고지 밖에서도 주차 및 근무교대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또 일정 사용연한에 도달하면 택시 운행이 금지되는 ‘차령제도’는 주행거리가 짧을 경우 운행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다.
수도권에는 심야시간(오후 10시~오전 3시) 호출료를 올린다. 현재 최대 3000원 호출료를 최대 4000원(중개택시)과 최대 5000원(가맹택시)으로 조정하는 방안을 연말까지 수도권에 시범 적용한다. 부산에는 심야시간 별도 호출료가 없다. 호출료를 두는 것에 대해 부산시는 시민 부담을 이유로 거부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의 택시 대란 대책 발표에도 부산지역 택시 업계는 요금 현실화가 더 중요하다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지역 택시 업계는 운전사가 최저임금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최우선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의 경우 올 7월부터 한시적으로 심야 택시 부제를 해제했다. 하지만 여전히 택시 공급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주말이나 심야의 경우 택시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
택시 업계 측은 수입이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해 생계 유지가 어려워진 택시 기사들이 대리운전이나 배달 업계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요금 인상이 이뤄져야 원활한 택시 운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부산에서 28년째 택시를 몰고 있는 박 모(56) 씨는 “오랫동안 택시를 몰던 사람들이 최근 수익이 떨어지자 대리운전, 배달 기사 등으로 옮겨가 택시 대란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최근 요금 인상을 준비 중인 서울이나 인천처럼 부산도 택시 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 김호덕 이사장은 “심야뿐만 아니라 낮에도 택시 부제를 완전히 해제한다면 기사들이 자유롭게 운행할 수 있고, 손님들도 택시 잡기가 쉬워질 것”이라면서 “부산시가 적극적으로 부제 해제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