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불빛 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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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익진(1957~ )

어둠을 설치하라

밤을 준비하라

빛이 도망간다, 불빛에 환장하는 사냥개들이여

잡아라, 추적하라, 빛의 속도보다 더 빨라라

빛을 죽이지 말고 생포하라, 그래야만 불빛을 대대로 물려

줄 수 있다

그래야만 우리는 영원히 빛날 수 있다

(하략)

- 계간 〈시인수첩〉(2022 봄호) 중에서


빛은 일상에서 가시광선만을, 물리학에서는 전자기파 그 자체만을 의미한다. 빛의 이미지는 주로 선이나 진리, 행운, 아름다움, 평화와 안정 같은 것이다. 시인의 불빛 사냥은 어디에서 기인한 것일까. 빛을 사로잡기 위해 ‘어둠을 설치’하고 ‘밤을 준비’하는 인류를 생각해봤다. 코로나와 고환율, 고금리, 고물가로 세계 경제가 점점 빛을 잃어가고 최근엔 러시아의 핵 공포까지 더해져 주위가 어두워지는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다가오는 추위와 함께 전례 없는 암울함이 전 세계를 뒤덮고 있다. 시인의 시구처럼 ‘빛의 속도보다’ 빨리 다시 밝아질 미래의 빛을 사냥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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