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옥토버페스트 부산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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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바이에른주 뮌헨의 옥토버페스트가 지난 3일(한국시간) 막을 내렸다. 코로나19 탓에 2년간 열리지 못하다가 지난달 17일 재개된 터였다. 그래서인지 여느 때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몰려 성황을 이루었다고 한다.

옥토버페스트는 10월을 가리키는 옥토버(Oktober)와 축제를 뜻하는 페스트(Fest)를 합친 말이다. 시월 축제인 것이다. 매년 9월 셋째 토요일부터 10월 첫째 일요일까지 열리는 뮌헨의 옥토버페스트는 세계 최대 맥주 축제인데,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810년 바이에른 공국의 세자 루트비히 1세가 작센 공국의 공주 테레제와 결혼하게 됐다. 루트비히 1세는 자신의 결혼식이 고대 올림픽처럼 치러지길 바랐다. 그 결과 1810년 10월 뮌헨의 잔디공원에서 각종 스포츠 경기가 어우러진 행사가 열렸고, 그 하이라이트는 경마였다. 옥토버페스트는 귀족들의 잔치였던 것이다.

행사는 해마다 치러졌고, 점차 일반 민중에게도 개방되면서 대중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다. 민중이 몰리는 자리에 술이 빠질 수는 없는 법. 맥주 업자들이 이를 놓칠 리 없었다.

1516년 바이에른 공작 빌헬름 4세가 맥주순수령을 반포했다. 맥주를 만들 때 원재료인 맥아, 홉, 물, 효모만 사용토록 한 것이다. 다른 재료를 혼입해 맥주의 질이 떨어지는 걸 막자는 취지였다. 맥주순수령은 1870년대에 독일 전역에 적용됐다. 바이에른은 독일 맥주의 중심이 됐고 양조장은 흥성했다.

당시 맥주 업자들에겐 봄에 양조한 맥주의 재고 처리가 골칫거리였다. 옥토버페스트는 이를 해소할 좋은 기회였다. 업자들은 당국에 줄기차게 옥토버페스트에 맥주 판매를 공식 허용할 것을 촉구했고, 1880년 마침내 뜻을 관철한 업자들은 거대한 맥주 천막을 만들어 대규모로 맥주를 팔았다. 옥토버페스트는 그리하여 민중이 맥주로 한바탕 해갈의 자유를 만끽하는 축제의 장이 됐다.

마침 부산에서도 같은 이름의 축제가 열린다. 13~15일 호텔농심 야외마당에서 열리는 ‘허심청브로이 옥토버페스트’다. 2004년 처음 열렸는데, 동래읍성축제와 연계된 2014년부터 부산을 기억하게 하는 가을 축제가 됐다. 이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간 열리지 못했다. 사는 게 힘겨운 요즘이다. 맥주 한잔으로 잠깐이나마 시름을 놓아 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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