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총리 ‘부자 감세안’ 전격 철회로 지지율 ‘휘청’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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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 공언 하루 만에 말 바꿔
업무 수행 지지율 18%… 집권 초 위기

3일 영국 버밍엄에서 쿼지 콰텡 재무장관의 연설을 듣는 리즈 트러스 총리. EPA연합뉴스 3일 영국 버밍엄에서 쿼지 콰텡 재무장관의 연설을 듣는 리즈 트러스 총리. EPA연합뉴스

리즈 트러스 영국 총리가 ‘시그니처 정책’이었던 부자 감세안을 전격 철회하면서 집권 초기부터 위기에 휩싸였다.

BBC 등에 따르면 쿼지 콰텡 영국 재무장관은 3일(현지시간) “연간 15만 파운드(16만 7000달러) 이상의 소득에 대해 납부하는 소득세 상위 45% 세율 폐지안을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트러스 총리는 ‘트러스노믹스’라고 불린 450억 파운드(72조 원) 규모의 대규모 감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파운드 가치가 급락하고 국채금리가 치솟는 등 세계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고, 특히 부자 감세 정책인 ‘소득세 최고세율 45%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분출했다.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트러스 총리는 전날 오전만 해도 감세안을 유지하겠다고 했으나 이날 오전 갑자기 말을 바꿨다. 하루도 채 되지 않아 트러스 총리의 입장이 180도 바뀐 것은 전날 밤사이 열린 심야 회의가 결정적이었다. 버밍엄 행사에 참석 중이던 트러스 총리는 각 부처 장관이 보내온 감세안과 관련해 회의를 진행했는데 해당 안건에 대해 참석자들 대부분이 부정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BBC 등은 보수당 내부에서조차 그가 옳은 결정을 했다고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보도했다. 한 보수당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이번 논란을 계기로 트러스 총리의 권위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보수당에 밀려 12년 동안 집권하지 못하고 있는 노동당은 이번 트러스 총리의 위기를 재집권 기회로 삼으려 하고 있다. 영국 정부가 감세 정책을 발표한 뒤 여론조사에서는 노동당 지지율이 보수당 지지율을 앞서고 있다. 지지율 차이가 33%포인트까지 나기도 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오피니엄이 최근 진행한 온라인 설문에서 트러스 총리의 업무 수행 지지율은 18%였다. 트러스 총리가 업무를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은 55%였다. 현지 언론에는 ‘신임 총리는 1년 안에 불신임 투표를 하지 않는다’는 당규를 변경해 총리 해임을 모색한다는 내용까지 거론된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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