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미사일 통과한 일본, 대피령 내리고 신칸센 멈췄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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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도호쿠 북단 아오모리현 인근 지나
기시다 총리 ‘폭거’ 규정 강하게 비난
홋카이도·아오모리현 주민에 대피령
도호쿠지역 신칸센 일부 운행 중단
현 정부 추진 방위력 강화 탄력 받을 듯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4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이 일본의 방위력 증강을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4일 북한 미사일이 5년 만에 일본 상공을 통과하면서 일본 열도의 안보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이날 오전 7시 22분 발사한 미사일이 일본 도호쿠 북단 아오모리현 인근 상공을 지나 배타적경제수역 밖 태평양에 떨어졌다고 밝혔다. 미사일이 상공을 통과하면서 일본 열도는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날 총리관저에서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폭거”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오전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실효성 확보 △유엔 안보리 추가 대응책 강구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하마다 야스카즈 방위상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북한의 탄도미사일 추정 비행거리는 약 4600km로 사상 최장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미사일이 중거리 탄도미사일(IRBM) 이상의 사정거리를 보유해 일본 열도에 직접적인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이날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정보 전달시스템인 엠넷(Em-Net) 등으로 자국민에게 실시간으로 미사일 발사 현황을 전달했다. 지방자치단체와 각 방송사도 일제히 해당 사건을 비중 있게 다뤘다.

특히 일본 정부는 미사일 발사 직후 일본 홋카이도와 아오모리현 주민에게는 “건물 안에 있거나 지하로 대피하라”며 이례적으로 대피령을 내렸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엠넷과 전국순시경보시스템으로 경보를 발령한 것은 지난 2017년 9월 이후 처음이다. NHK는 미사일이 통과한 도호쿠 지역의 도호쿠신칸센 일부 구간의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고 전했다. JR홋카이도의 열차 운행과 삿포로시의 지하철 운행도 잠시 멈췄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북한 미사일의 위력을 체감하면서, 최근 기시다 정부가 추진하는 방위력 강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올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를 계기로 방위비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방위비가 국내총생산 대비 1%를 넘어 역대 최대인 6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불어 일본 내에서는 이른바 ‘반격 능력’(적 기지 공격 능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북한 탄도미사일이 일본 상공을 지나치면서 군사 안보에 대한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도 이날 ‘북한 미사일로 인해 반격 능력 정비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자민당 의원들한테서 나오고 있다’는 질문에 “모든 선택지를 배제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과거에도 일본의 군사 안보 논의를 활발하게 한 주요 원인이었다. 5년 전인 2017년 8월과 9월에도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를 통과했고, 당시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일본을 지켜내겠다’는 구호로 그해 10월 총선거에서 압승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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