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눈감고 뇌물 챙긴 ‘국토관리청 공무원’ 무더기 적발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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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장 등
10명 입건 6~7급 3명 구속
부실시공 묵인·무면허 위탁에
공사 알선 대가 동생 취업까지
차 트렁크서 현금 뭉치도 발견

경찰이 차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와 압수수색한 공무원 차량. 경남경찰청 제공 경찰이 차에서 발견된 현금 뭉치와 압수수색한 공무원 차량. 경남경찰청 제공

도로 건설과 관리를 담당하는 국가 공무원들이 조직적으로 뇌물을 받아 챙기며 부실을 초래하는 ‘후진국형 범죄’가 여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자신의 차 트렁크에 현금 다발을 받아 챙기거나 가족을 업체에 취업시켰고, 국민 생명이 달린 터널 안전 설비를 두고 불법 행위를 일삼다가 10명이 적발돼 3명이 구속됐다.

경남경찰청 광역수사대는 경남 진영국토관리사무소 소속 과장급 공무원 A(50대·6급) 씨와 B(40대·7급) 씨, C(40대·7급) 씨 등 3명을 불법 하도급 업체를 알선하고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 등)로 구속하고, 이들의 사무소 동료 4명과 공사 감리 3명(공무원 의제)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입건된 공무원 중에는 국토관리사무소 최고 책임자인 소장(5급)도 포함됐다. 또 이들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로 공사업체 대표 D(40대) 씨 등 45명(낙찰업체 29명, 하도급업체 16명)과 36개 법인도 불구속 입건했다.

A 씨가 경찰에 구속된 건 지난 7월이다. 경찰은 공익제보를 받고 A 씨 차량을 압수수색한 결과, 1300만 원의 현금 뭉치를 발견했다. 결국, 자신이 발주하는 국도 터널·시설관리 용역계약 때 특정업체에 불법 하도급을 주도록 알선한 대가로 1500만 원을 받은 혐의(뇌물수수)가 적용됐다. 또 A 씨는 특정업체에 공사를 알선한 대가로 자신의 동생이 관련 용역업체에서 일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건이 불거지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휴가를 중단하고 직접 진영국토관리사무소를 찾았고, 이곳에 전국 5개 국토관리청장을 소집해 부정부패 청산 대책 긴급회의까지 연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 사건을 계기로 강도 높은 후속 수사를 이어갔고, 국도 유지·보수 과정에 불법 하도급 알선과 허위 준공서류 작성·준공검사 등으로 뇌물을 주고받은 공무원 9명과 업체대표, 법인 등 90명을 추가로 입건했다.

적발된 공무원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터널·도로·교량의 설계·보수·관리 공사를 실제 낙찰업체가 아닌 하도급업체에 100% 몰아주거나 부실 시공을 묵인하고, 허위 준공서류를 내주는 대가로 뇌물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원청업체는 일도 하지 않고 사업비의 30%를 챙겼다. 공무원 7명은 1억 2000만 원 상당의 대가를 요구했다가 6500만 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이 불법 하도급을 묵인한 사업은 모두 34건, 73개 터널 공사로, 약 70억 원 규모다. 터널 도로전광표지판(VMS)을 모니터링하는 카메라를 설치하지 않았는데도 허위로 준공검사를 내줘 국고 2억 6000만 원 상당의 손실을 입힌 혐의(배임)도 포착했다. 73개 터널의 소방·환풍설비 공사를 무면허 설계업자에게 맡긴 것도 확인됐다. 이런 부실공사 발주와 시공으로 올 4월 경남 밀양의 한 터널에서 승용차 화재가 발생했지만 화재 수신기와 스프링클러 시설이 작동되지 않았다.

경찰은 터널과 도로 등 국가시설물 발주 공사와 관련해 일정한 장비를 갖춘 업체만 입찰에 참여하고, 불법 하도급업체에 더해 시공업체도 처벌하는 제도 개선을 정부에 요청할 방침이다.

김용일 광역수사대 반부패수사1계장은 “공사비의 70%만 사용하면 부실시공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라며 “국민 생명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범죄 행위에 대해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김길수 기자 kks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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