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에 현대적 조형미 더했죠”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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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일상 개인전 ‘생명-투 비’
16일까지 해운대 리빈갤러리
줄기 조각으로 생명 표현 작품부터
평면예술화 시도 최근작까지 전시

조일상 작가가 옛 농기구인 가래를 이용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조일상 작가가 옛 농기구인 가래를 이용한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다. 오금아 기자

전시장 입구에 세워진 가래, 나무인 줄 알았는데 브론즈다.

조일상 개인전 ‘생명-투 비(TO BE)’가 16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중동 리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조 작가는 홍익대 미대를 졸업하고 2012년부터 39년간 동아대 강단에 섰다. 부산시립미술관장을 역임하고, 2021년 제64회 부산시 문화상을 수상했다. 이번 전시는 지금까지 작가의 작업 세계 전반을 보여주는 자리이다.

작은 나무 조각이 모인 형태는 작가가 30년 넘게 이어온 작업이다. “나무에는 뿌리가 있고 줄기가 있어요. 나무줄기를 자르면 마디가 나오는데 그게 참 좋았죠. 줄기를 작게 자른 것 하나하나가 자라 우리 삶이 되고 생명이 된다고 봤어요.” 작가는 줄기 조각을 모은 것을 자신의 ‘조형 언어’로 삼았다.

조일상 개인전 '생명-투 비' 전시 전경. 오금아 기자 조일상 개인전 '생명-투 비' 전시 전경. 오금아 기자

괴목, 흑단 등 다양한 종류의 나무에 ‘조각들’을 새겼다. 그릇 모양의 길쭉한 바탕 위에 조각 모음이 올려진 것 같은 작품은 한 덩어리의 나무를 깎아낸 작업이다. “따로 작업해서 붙인 것으로 아는 사람들이 많아요. 바탕의 넓은 부분과 작은 조각에 드러난 나뭇결이 서로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지점이 재미있더군요.” 조각들을 자연석이나 이탈리아산 대리석에 새긴 작품과 그 위에 종이를 대고 양각으로 찍어낸 작품도 있다.

최근작 ‘생명’ 시리즈는 작은 조각의 패턴을 크게 해서 색을 더하고 조각을 평면예술로 표현한 작업이다. “아크릴, 벤자민, 옻칠까지 여러 실험을 해봤어요.” 벤자민은 나무에 흡수되면서 터치가 살아나고, 아크릴은 완전히 색으로 뒤덮이지만 칼의 흔적이 산의 형상으로 나타난다. 은행나무 조각에 각각 푸른색과 붉은색 옻칠을 하고 캔버스에 붙인 두 작품도 보인다. “옻칠을 한 뒤 사포로 각이 진 부분을 갈아냈어요. 나무의 질감과 칼날의 움직임이 또 다른 형태로 드러나서 좋았어요.”

나무 가래를 브론즈로 떠낸 작품. 가래 수선하는데 사용한 철물 조각들이 눈과 입처럼 보인다. 오금아 기자 나무 가래를 브론즈로 떠낸 작품. 가래 수선하는데 사용한 철물 조각들이 눈과 입처럼 보인다. 오금아 기자

조일상 작가는 약 40년간 전국을 누비며 목재 민속품을 수집했다. 2020년에는 김해목재문화박물관에 목재 민속품 166점을 기증하기도 했다. “쓰임이 있는, 기능이 있는 아름다움이 제일 좋은 것입니다.” 흙을 파헤치던 가래, 곡식을 펴 널거나 삽처럼 사용하던 넉가래로 만든 작품들이 무리지어 서있다.

“나무 가래에 네모 모양의 창을 내고 안쪽에 색칠을 했어요. 옛것과 새것의 만남, 옛것에 현대적 조형미를 더하는 의미죠.” 깨지고 부러진 가래를 수리한 흔적은 그대로 남겼다. “형태나 결이 완벽한 것도 그대로 뒀어요.” 전시장 입구의 조각은 가래의 형태를 그대로 브론즈로 떠낸 작품이다. 원본 가래의 깨진 부분에 덧댄 쇳조각들이 눈과 입처럼 보인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서 나뭇결까지 재현이 됩니다. 흔하던 것에서 작가의 눈에 의해 아름다움이 발견되는 것이죠.”

한편, 조일상 작가 개인전은 19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아트센터 4층 부산갤러리에서도 열릴 예정이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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