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천동 벚꽃 명소, 2024년 지나면 ‘벚꽃 엔딩’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삼익비치타운 재건축 본격화
벚꽃 472그루 2년 뒤 없어질 듯
벚꽃길 대신 녹지공간에 식재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벚꽃길에서 2020년 3월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남천2구역 재건축사업으로 벚꽃길은 몇 년 안에 사라지게 된다. 부산일보DB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벚꽃길에서 2020년 3월 꽃놀이를 즐기는 사람들. 남천2구역 재건축사업으로 벚꽃길은 몇 년 안에 사라지게 된다. 부산일보DB

부산 봄철 꽃놀이 명소로 꼽히던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벚꽃길이 아파트 재건축으로 결국 ‘벚꽃 엔딩’을 맞게 됐다. 재건축조합 측은 어린이공원 등 조경녹지 공간에 벚나무를 400그루 가까이 심어 시민들이 꽃놀이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5일 남천2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 등에 따르면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타운 단지를 가로지르는 벚꽃길과 아파트를 감싼 광안해변로 벚꽃길의 왕벚나무는 아파트 재건축에 따라 모두 제거될 전망이다.


1980년 삼익비치타운 아파트가 준공되던 때 함께 조성된 벚꽃길은 봄이면 분홍 꽃을 가득 피워내 전국적인 꽃놀이 장소로 사랑받았다. 삼익비치타운 아파트 단지 일대와 광안해변로 등 약 1.4km 길이 도로에 벚나무 모두 472그루가 심겨 매년 3~4월께 일명 '벚꽃터널'을 만들어냈다. 그러나 재건축에 따라 지금의 벚꽃길은 사라지게 될 운명이다. 대신 재개발조합 측은 새롭게 조성되는 아파트 단지 내부 어린이공원 등 녹지 공간에 벚나무 389그루를 새로 심을 계획이다. 조합 측에 따르면 전체 중 270그루는 높이 약 5m, 직경 18cm 이상 크기 벚나무다. 새 벚나무는 현재 모습처럼 긴 도로를 따라 심기는 벚꽃길 형태로 조성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건축으로 뽑혀 나가는 벚나무는 다른 곳으로 옮겨 심기지 않는다. 벚나무의 수명은 50~60년인데, 42년 전 심긴 수목의 남은 수명이 길지 않은 데다 다른 곳으로 옮겨 심더라도 고사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지난달 말 재건축조합이 수영구청으로부터 사업시행인가를 받아 재건축이 본격화되며 벚꽃길이 언제까지 유지되는지에도 관심이 모인다. 재건축조합 측은 다음 재건축 절차인 관리처분인가를 받은 뒤 이주와 철거가 본격화되면 벚나무 제거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사업시행인가 이후 관리처분인가를 받기까지 1년 6개월가량이 소요되고, 상황에 따라 짧게는 수개월에서 수년 더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최소 2년간은 이곳에서 꽃놀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민들은 부산의 명소로 꼽히던 벚꽃길이 사라진다는 소식에 아쉬움을 드러낸다. 박 모(29·부산 수영구) 씨는 “바다 근처 벚꽃길이 흔치 않아 봄이면 꽃놀이를 즐기러 찾아갔었는데 곧 사라지게 된다니 너무 아쉬운 마음이다”며 “사라지기 전까지는 벚꽃이 필 때마다 꼭 찾아가 즐겨야겠다”고 말했다.

조합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은 게 재건축 사업이기 때문에 언제까지 벚꽃길이 유지된다고 현재 확답하기는 어렵지만, 2024년 4월까지는 벚꽃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도로를 따라 꽃길을 만들지는 않지만, 아파트 조경시설이나 경관녹지 공간에 벚나무를 많이 심으면 사람들이 쉬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