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상용도시’ 부산시민 27%만 ‘찬성’… 40% ‘반대’
한글문화연대 시민인식조사
57% “영어 표기 강화 부정적”
50% “한류 발전 저해할 것”
6일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열린 ‘부산영어상용정책 백지화를 위한 시민대회’에서 전국 국어단체와 부산지역 학부모·시민단체 회원 등 참가자들이 비판을 쏟아내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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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준 부산시장의 대표 공약으로 부산시가 추진 중인 영어상용도시 정책에 대해 시민 5명 중 2명이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한글문화연대는 최근 여론조사 전문기관에 의뢰해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영어상용도시 부산’ 정책에 대해 시민인식 조사를 진행한 결과 40.9%가 반대, 27.6%가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6일 밝혔다. 반대 여론 중 적극 반대 15.1%, 반대 25.8%였고, 찬성 여론은 적극 찬성 3.9%, 찬성 23.7%였다.
영어상용도시의 세부 정책에 대해서도 반대 여론이 많았다.
‘안내표지판 등 공공시설물 영어표기 강화’에 대한 유용성을 묻는 질문에는 ‘불편할 것’이란 응답이 57.6%로 ‘편할 것’(25.2%)이란 응답보다 배 이상 많았다. ‘공문서 등의 영어 용어 사용 강화’ 유용성에 대해선 ‘불편할 것’(65.4%)과 ‘편할 것’(21.0%)의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영어마을(글로벌빌리지) 추가 설립에 대해서도 ‘반대’(58.9%)가 ‘찬성’(25.0%)보다 많았다.
앞서 부산시는 2030 부산세계박람회 유치 움직임과 맞물려 시교육청과 함께 영어표기·영어교육 강화 등 영어상용도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학생·시민에 대한 영어교육지원으로 영어 사용 환경을 조성하면 시민이 자연스럽게 영어를 사용하는 도시가 될 것인가’라는 물음에 ‘그렇다’(29.2%)보다 ‘그렇지 않다’(46.7%)고 생각하는 시민이 많았다.
영어상용도시 정책이 우리말과 한글 사용을 제한해 한류 발전을 저해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서도 ‘공감’(50.8%) 응답이 ‘비공감’(23.8%)의 배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세계박람회 개최 시 영어 소통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복수 응답)으로 ‘영어 봉사자 모집과 교육’(55.4%)을 가장 많이 꼽았고, ‘인공지능 기반의 통역 소프트웨어 개발’(45.4%) ‘영어전문 통역·번역가 양성’(33.7%) 등이 뒤를 이었다.
이번 조사는 지난달 24~27일 나흘간 부산지역에 거주하는 성인 남여 50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표본오차는 95%신뢰수준에 ±4.38%포인트(P)이다.
이에 더해 한글문화연대는 영어상용도시 추진을 이유로 박형준 시장과 하윤수 시교육감을 ‘2022년 우리말 해침꾼’으로 선정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한편, 한글문화연대 등 전국 74개 국어단체와 부산학부모연대 등 30여 부산지역 학부모·시민단체가 참여하는 부산영어상용화반대국민연합은 이날 오후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영어상용정책 백지화를 위한 시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설문조사 결과와 함께 지난달부터 진행한 영어상용도시 반대서명(온라인) 결과도 발표했다. 국민연합 측은 “영어능력 강조는 새로운 계급사회를 만드는 차별 장치가 되는 것은 물론 시민 알 권리도 심각하게 침해하게 된다”며 “경기도 등 다른 지역에서 실패한 사업을 그대로 답습하면서 결국 예산 낭비만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시민대회가 끝난 뒤 시청 민원실에 인식조사 결과보고서와 3850명이 참여한 반대서명 목록을 제출하고, 이달 중 박 시장과의 간담회를 요청했다.
현재, 영어상용도시 정책은 시의회 심사 단계에서 제동이 걸린 상태다. 부산시의회 기획재경위원회는 지난 4일 부산시가 제출한 ‘글로벌 영어상용도시 및 영어교육도시 부산’ 추진을 위한 부산시와 시교육청 간 업무협약 동의안에 대해 사업 불확실성을 이유로 ‘심사보류’했다. 시는 사업명칭 변경을 검토하고, 시의회 지적사항을 보완해 올해 말 해당 안건을 재상정한다는 방침이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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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부산영어상용정책 백지화를 위한 시민대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이 시민인식조사 결과보고서와 반대서명 목록을 시청 민원실에 제출하고 있다. 한글문화연대 제공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