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동네방네 비프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라이프부장

영화의 바다,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5일 막 올랐다.

올해로 27번째를 맞았지만, 여전히 비프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부산 시민이 많은 것 같다. 사실 기자들조차 BIFF를 직접 취재하기 전까지 이렇게 대단한 행사였는지 몰랐다고 말할 정도이다.

BIFF의 존재감에 대해 단적으로 느꼈던 일화가 있다. BIFF 현장에서 만난 한 외신 기자는 한국에 오랜 세월 주재하며 취재했는데 아마도 한국에서 가장 많은 국내외 기자가 몰리는 행사가 올림픽과 월드컵, 부산국제영화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다들 알다시피 올림픽과 월드컵은 재수, 삼수까지 하며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한 번 유치한 나라가 다시 열기까지 수십 년이 걸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행사이다. 그런데 그 높은 반열에 부산국제영화제가 같이한다는 말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전 세계가 참여하는 영화올림픽이 매년 10월 부산에서 열리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에서는 전 세계 최고의 영화제로 꼽히는 칸 영화제를 언급하며 부산국제영화제가 그 정도 급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다. 그러나 칸 영화제는 절대 따라올 수 없는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보적인 강점을 고려한다면 둘의 비교는 새로운 국면이 될 수 있다.

사실 모르는 이들이 많은데, 칸 영화제는 철저하게 VIP들을 위한 행사이다. 영화제가 열리는 행사장 인근은 VIP 패스를 가진 사람만이 입장할 수 있다. 일반인들의 출입은 철저하게 차단된다. 시사회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극장에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양복이나 드레스 차림을 하고 있다. 영화관 입장조차 드레스 코드가 요구될 정도로 까다롭다.

이와 달리 부산국제영화제는 관객들이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거장 감독, 배우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 멀리서 얼굴 보고 박수치는 정도가 아니라 관객이 직접 영화에 대해 질문하고 대화한다. 아예 감독, 배우들과 친구처럼 영화를 함께 보고 수다를 나누는 프로그램도 준비돼 있다.

코로나로 인해 잠깐 주춤했지만 올해 관객과 만나는 행사가 대폭 확대됐다는 소식이 반갑다. 그중 부산 16개 구·군에 직접 찾아가 영화를 상영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방네 비프를 적극 추천한다. 슬세권으로 훅 들어온 부산국제영화제를 적극적으로 즐겨 보자. 부산에 살아 좋은 이유 하나가 확실히 되지 않을까.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