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부일영화상] 신인감독상 이정재의 연출적 역량과 뚝심 의심할 여지 없어
심사평 정민아 영화평론가·성결대 교수
2022년은 고전을 면치 못하던 영화업계가 다시 활기를 되찾으며 일상을 회복해가는 것을 목격하는 기대감 넘치는 해였다. 팬데믹 이전 수준을 따라잡으며 많은 한국영화들이 관객과 만났다. 여기에 지난 봄 칸영화제에서 한국영화가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것뿐만 아니라 K무비의 돌풍을 확인한 것은 영화인과 팬들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는다.
예술성과 주제의식을 조화롭게 녹여낸 후보작들 중 ‘헤어질 결심’을 작품상으로 결정했다. 박찬욱 감독의 인생 역작일뿐만 아니라 세계영화사에도 흔적을 남길 작가성과 혁신적 스타일, 영화 본연의 재미와 의미로 무장한 중요한 작품임에 심사위원진 모두가 의견을 모았다.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과 탕웨이의 남녀주연상, 김지용의 촬영상, 조영욱의 음악상까지 5개 부문을 수상하며 올해 최고 영화임을 과시했다. 멜로와 미스터리를 오가는 이야기에서 신비로움과 열정을 존재 그 자체로 뽐낸 탕웨이, 투철함과 엉뚱함을 조화롭게 연기한 박해일, 두 배우의 연기 앙상블로 인해 박찬욱의 작가성은 더욱 빛이 난다. 여기에 한국적 지형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촬영, 클래식과 옛날 가요를 변주한 세련된 현대적 음악은 영화의 예술성을 드높였다.
최우수감독상은 ‘한산’의 김한민 감독에게 수여한다. 이순신 일대기에 대한 꾸준함으로 무장한 장인정신은 역사의식과 대중성 두 마리 토끼를 거머쥐었다.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헌트’의 이정재 감독은 최근 가장 놀라운 데뷔작을 보여줬다. 연기 외에 연출자로서도 꾸준히 활동해주길 기대할 정도로 이정재의 연출적 역량과 뚝심은 의심할 바가 없다.
이번 깜짝 신데렐라는 ‘좋은 사람’이다. 독립영화로 데뷔한 정욱 감독에게 각본상을, 이효제에게 신인남자연기상을 수여하며 이 작품이 가진 깊은 울림에 박수를 보낸다. 남녀조연상을 수상한 ‘비상선언’의 임시완과 ‘기적’의 이수경은 영화에 전환점을 가져오는데 큰 기여를 하는 열연을 보여줬다. 신인여자연기상은 ‘십개월의 미래’에서 생활인의 고뇌와 아름다움을 보여준 최성은에게 수여한다. 이 젊은 감독과 배우들이 한국영화계를 짊어지고 나갈 것을 기대한다.
‘한산’의 VFX를 책임진 정성진, 정철민에게 미술기술상을 수여하며 두 프로들이 만들어갈 상상력의 시각화에 기대를 건다. 유현목영화예술상은 ‘휴가’를 연출한 이란희 감독에게 수여한다. 그의 도전 정신과 미래성에 가치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