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부 폐지, 20여 년 성평등 노력 ‘물거품’ 만들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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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15개 여성단체 성명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 신설안
여성 인구정책 도구 삼는 퇴행
여성 지우기 몰두… 국민 우롱”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설명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현숙 여성가족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여가부를 폐지하는 정부조직개편안과 관련해 설명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115개 여성단체가 여성가족부를 폐지하고 보건복지부 산하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를 신설한다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반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115개 여성단체는 7일 성명을 발표하고 “국가 성평등 추진체계 폐기안을 내놓은 윤석열 정부 강력 규탄한다”며 “한국의 여성인권 증진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지난 20여 년간 애써온 모든 것들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것이고 명백히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여성단체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를 정치적 도구로 활용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은 대선 시기부터 대통령 지지율이 20%대로 내려앉은 지금까지 정치적 위기마다 ‘여가부 폐지’ 카드를 꺼내 들었다”며 “젠더 갈등이란 게 있다면, 이를 더 심화시키는 주체는 정치적 도구로 활용해 온 현 정부이다”고 밝혔다.

조직 개편 이후 성평등 기능을 맡을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의 지위에 대해서도 의문을 드러냈다. 이들 단체는 “독립부처의 장관의 권한으로도 하지 못 한 협업을 부처의 일개 본부장으로서 어떻게 해결한다는 것이냐”며 “의안 제출이나 심의, 의결권도 행사할 수 없는 국무회의 배석 권한을 가진 본부장이 어떻게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말이냐”고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의 성평등 정책 총괄⋅조정 기능 및 권익증진 등 모든 기능은 조직 축소, 기능 폐지 수순을 밟을 것이 자명함에도 ‘여가부의 격이 높아진 것’이라는 정부의 이야기는 궤변이 아닐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성평등 정책과 인구 정책을 묶어 조직을 개편하는 것에 대해서도 “여성을 인구정책의 도구로 삼던 과거로의 퇴행”이라고 지적했다.

여성단체는 “여성을 다시 인구 생산의 도구로 삼고, 가족의 영역에 묶어두고야 말겠다는 저의를 천명한 것과 다름없다”며 “정부 개편안은 여성을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복지 수혜, 보호 대상으로 보던 과거로의 회귀이며 성평등 민주주의 관점에서 완벽한 후퇴다”고 밝혔다.

이어 “2001년 여성부가 출범하고 20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한국은 세계성격차지수 99위로 여성의원 비율은 100위권 밖이며, 고위직·관리자 비율의 성별 격차는 125위, 소득 격차는 120위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의 역할은 잊고 여성 지우기에 몰두하며 정쟁의 도구로 삼고 있는 정부는 더 이상 국민을 우롱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성평등 민주주의 후퇴시킨 윤석열 정부는 각오하라”며 “우리는 결사항전의 태도로 투쟁할 것이다”고 밝혔다.

정부는 6일 여가부 폐지, 국가보훈부 승격, 재외동포청 신설 등 내용이 담긴 정부조직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에 따르면 여가부 기능 중 청소년·가족, 양성평등, 권익증진 기능은 복지부로 이관하고, 여성고용 기능은 고용노동부가 맡는다.

복지부에는 인구·가족·아동·청소년·노인 등 종합적 생애주기 정책과 양성평등, 권익증진기능을 총괄하는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가 신설된다. 인구가족양성평등본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과 같은 장관과 차관 중간의 위상과 예우가 부여된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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