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이대호’…‘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이대호, 정든 사직야구장을 떠나다
"나보다 행복했던 야구 선수는 없을 것. 팬들에게 감사"
선수단 한 명 한 명 포옹하며 굵은 눈물
"배트와 글러브 내려놓고 치킨·맥주 들고 사직구장 올 것"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에서 이 선수가 회고 영상을 보며 감회에 젖어 있다. 정종회 기자 jjh@
‘굿바이! 이대호’
‘조선의 4번 타자’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41)가 22년간의 프로야구 인생을 마무리하고 정든 부산 사직야구장을 떠났다. ‘KBO 리그 타격 7관왕’ ‘9경기 연속 홈런’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긴 이대호는 롯데 팬은 물론 모든 야구팬들에게 이제 전설로서 남게 됐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는 롯데의 올 시즌 마지막 경기이자 이대호의 은퇴 경기가 열렸다. 롯데는 LG와의 경기에서 3-2로 역전승을 거두며 올 시즌을 마무리했다. 경기가 끝난 뒤 사직구장에서는 이대호의 은퇴 축하 행사가 열렸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 엘지 트윈스의 경기에서 마지막 경기에 나선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가 1회말 1타점 2루타를 치자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열광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은퇴식이 시작되자 사직구장 전광판은 이대호의 22년간의 프로야구 선수 생활과 어릴 적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이 상영됐다. 사직구장 외야에는 수천여 개의 LED등이 켜졌다. 이대호는 사직야구장 한가운데 마운드에 올라 전광판에 상영되는 자신의 활약상을 지켜봤다.
이어 부산 수영초등학교에서 함께 야구를 시작한 추신수(SSG 랜더스)를 비롯해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손아섭(NC 다이노스), 황재균(KT 위즈), 등의 은퇴 축하 메시지가 상영됐다. 이대호에 앞서 은퇴한 이승엽과 조성환(한화 이글스 코치), 박용택의 격려 메시지가 이어졌다. 이밖에도 이대호가 일본과 미국에서 활약했을 당시 감독과 선수들의 은퇴 축하 메시지도 방영됐다. 2010년 이대호와 함께 롯데의 승리를 이끌었던 제리 로이스터 전 롯데 감독과 카림 가르시아, 로빈슨 카노(시애틀 매리너스)도 이대호에게 은퇴 축하 인사를 건넸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인 신동빈 롯데 회장은 8일 부산 사직구장을 방문해 이대호의 은퇴를 축하했다. 김한수 기자 hangang@
롯데 그룹 회장 겸 롯데 자이언츠 구단주인 신동빈 회장은 이대호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 사직구장을 방문했다. 신 회장의 사직야구장 방문은 지난 7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다. 신 회장은 이대호에게 은퇴 축하·영구 결번 축하 기념 반지를 증정했다. 이대호는 신 회장에게 자신이 사용했던 글러브를 전달했다.
이어 이대호의 아내 신혜정 씨와 딸 예서 양, 아들 예승 군의 영상이 방영되자 이대호는 굵은 눈물을 흘렸다. 신혜정 씨는 이대호와 함께 축하 단상에 올라 이대호에게 꽃 목걸이를 전달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이대호는 눈물을 흘리며 자신이 준비한 고별사를 읽었다. 이대호는 “은퇴하는 오늘이 세살 때 돌아가신 아버지의 기일이었다”며 눈물과 함께 고별사를 시작했다. 이대호는 “20년 동안 사직야구장 더그아웃과 타석에서 사직구장의 모습을 지켜보고 팬들의 함성을 들었던 이대호만큼 세상에 행복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라고 사직야구장에서의 22년 야구 인생을 반추했다.
이대호는 “은퇴를 하는 지금도 눈을 감으면 그동안 경기에서 날려버린 실수로 잠을 설치기도 한다”며 “하지만 팬들이 두 번의 실수보다 한 번의 홈런을 기억해 주시고, 타석에 들어서면서 응원해주셨기 때문에 잘했던 순간만 떠올리며 자신 있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는 이대호의 은퇴 행사가 열렸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대호는 자신을 감싸준 롯데 구단에게도 감사 인사를 건넸다. 이대호는 “팬들이 절대적인 믿음을 보내주셨음에도 불구하고 우승을 이루지 못했다”며 “돌아보면 너무나도 아쉬운 순간, 안타까운 순간이 많았지만, 결국엔 팀의 중심에서 선수들을 이끌어 가야 할 제가 가장 부족했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롯데에는 기회만 주어지고, 경험만 쌓인다면 활약할 수 있는 후배들이 많이 있다”며 “앞으로 후배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과감하게 지원해주시고 특히 성장하고 있는 선수들이 팀을 떠나지 않고 야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잘 보살펴 달라”고 요청했다.
8일 은퇴한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롯데 자이언츠 제공
이대호는 자신이 야구를 잘 할 수 있도록 이끌어준 감독과 코치, 동료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이대호는 “푸른 유니폼의 추억을 주신 고 최동원 선배님과 악바리 근성을 가르쳐 주신 박정태 선배님과 조성환 코치님, 'No Fear' 제리 로이스터 감독님, 조원우 감독님, 허문회 감독님께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가족들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읽으며 많은 눈물을 쏟았다. 이대호는 “여름에 해수욕장에도 같이 가지 못한 딸, 아들, 아내에게 미안하고 고맙다”고 밝혔다. 이대호는 자신의 초·중·고 시절에 부모님 역할을 해주신 할머니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대호는 “하늘에 계신 할머니, 할머니의 헌신 덕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박수를 받고 떠나는 야구 선수가 됐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라고 눈물을 흘렸다.
이대호는 “이제 배트와 글러브 대신 맥주와 치킨을 들고 자녀와 함께 사직야구장에 오겠다”며 “여러분께서 조선의 4번 타자라고 불러주셨던 이대호는 더그아웃이 아닌 관중석으로 이동하겠습니다”라고 고별사를 마무리했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에서 이 선수가 영구결번 번호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롯데 구단은 이대호의 등번호 1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이대호의 등번호는 고 최동원 선수에 이어 롯데 구단의 두 번째 영구결번이다. 이대호의 등번호는 사직야구장 전광판 우측 하단에 놓인다.
이대호는 함께 그라운드를 누볐던 롯데 선수 한 명 한 명과 포옹하며 롯데 선수단에게 고별 인사를 건넸다. 이대호와 오랜 기간 야구를 함께한 정훈과 전준우 등은 이대호를 껴안고 굵은 눈물을 흘렸다.
이후 사직구장에서는 깜짝 행사가 열렸다. 이대호의 등장 응원곡인 '오리 날다'의 원곡자인 체리 필터가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에 등장했다. 체리필터의 리더 조유진 씨는 직접 이대호에게 은퇴 축하 꽃다발을 건넸다. 체리필터는 사직구장 마운드에서 '오리 날다'를 열창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팬들은 이대호의 등장 응원곡을 열창하며 '사직 노래방'을 완성했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에서 이 선수가 차량에 탑승한 채 경기장을 순회하며 팬들과 작별의 시간을 갖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이대호는 이후 그라운드에 준비된 차량을 타고 사직야구장 외야와 내야를 돌며 팬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차량이 움직이자 팬들은 "이대호! 이대호!"를 열광했다. 이대호는 차랑이 움직이는 내내 팬들에게 손하트 인사와 특유의 안타 세리머니를 하며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했다. 이대호는 선수단에 둘러싸여 헹가레를 받았다.
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 이대호 선수의 은퇴식에서 동료 선수들이 이대호를 헹가레치며 작별을 고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1시간여에 걸쳐 진행된 이대호의 은퇴 축하 행사는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2만 2290명의 팬들의 응원 속에 화려한 불꽃놀이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이대호는 더그아웃에 들어가기 전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에게 큰절을 하며 마지막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김한수 기자 hang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