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5%p로 물가·환율 못잡아"…한은 12일 두번째 빅스텝 밟을듯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국은행이 7월에 이어 오는 12일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여전히 5%대 중반에 이르는 데다, 미국의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상황에서 한·미 금리 격차가 1%포인트(P) 이상 벌어지면 환율·물가 상승 압력이 더 커지는 만큼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으로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11월 추가 인상을 포함해 한은이 내년 상반기까지 기준금리를 3%대 중반까지 끌어올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봤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가 이달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더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무엇보다 외환위기 이후 최대 수준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뚜렷하게 줄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9월 소비자물가지수(108.93)는 작년 같은 달보다 5.6% 올랐다. 상승률은 8월(5.7%)에 이어 두 달 연속 낮아졌지만, 5%대 중반에서 크게 떨어지지 않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대보다 적게 하락해 빅 스텝의 확률이 더 높아졌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여전히 물가 상승률이 매우 높은 수준인 만큼 빅 스텝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한은 역시 9월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발표 직후 "소비자물가는 앞으로 상당 기간 5∼6%대의 높은 오름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높은 수준의 환율, 주요 산유국의 감산 규모 확대 등이 (물가) 상방 리스크(위험)로 잠재된 상태"라고 경고했다.

예상대로 한은이 12일 빅 스텝을 밟으면, 7월에 이어 사상 두 번째 0.50%포인트 인상일 뿐 아니라 4·5·7·8월 금통위 회의에 이어 역대 처음 다섯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가 오르는 셈이 된다.

빅 스텝 전망의 또 다른 주요 근거는 한국과 미국 간 기준금리 격차 확대와 이에 따른 환율·물가의 추가 상승 위험이다.

미국 내 물가가 좀처럼 잡히지 않자 연방준비제도(연준·Fed)는 결국 지난달 20∼2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3연속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이에 따라 한국과 미국의 기준금리는 약 한 달 만에 다시 역전됐다.

지난 7월 연준이 두 번째 자이언트 스텝을 밟은 뒤 미국의 기준금리(2.25∼2.50%)는 약 2년 반 만에 한국(2.25%)을 앞질렀다가 8월 25일 한국은행의 0.25%포인트 인상으로 같아졌지만, 이제 격차가 0.75%포인트까지 또 벌어졌다.

만약 오는 12일 한은 금통위가 베이비스텝만 밟고, 11월 초 연준이 다시 네 번째 자이언트 스텝에 나서면 두 나라의 금리 차이는 1.25%포인트로 커진다.

이어 11월 말 금통위가 또 0.25%포인트만 올리고, 연준이 12월 최소 빅 스텝만 결정해도 격차가 1.50%포인트에 이른다.

1.50%포인트는 역대 최대 한미 금리 역전 폭(1996년 6월∼2001년 3월 역전 당시)과 같은 수준이다. 이는 더 높은 수익률을 좇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질(원/달러 환율 상승) 가능성이 사상 그 어느 때보다 커진다는 뜻이다.

더구나 환율이 계속 뛰면 어렵게 정점을 통과 중인 인플레이션도 다시 들썩일 수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질수록 같은 수입 제품의 원화 환산 가격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9월 빠른 속도로 금리를 인상했고, 11월에도 그렇게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라며 "한은도 한·미 금리 격차가 계속 커지는 것을 용인하지 않을 것"이라며 빅 스텝에 무게를 뒀다. 그는 "더구나 지금 원·달러 환율도 높은 만큼, 환율을 고려해서라도 빅 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