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멈추면 수십조 원 피해… 원안위, 탈원전 막으려 ‘뻥튀기 분석서’ 내놨다”
분석서 검증 민주 이인영 의원
“43조 원 이상 부풀려졌다” 주장
평가 대상 원전도 23개 아닌 16개
원안위도 비용 등 숫자상 오류 인정
부산 기장군 장안읍 고리원자력본부 고리 1~4호기 전경. 부산일보DB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원전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 시기를 크게 늘려, 원전 가동 시간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하는 시행령(원자력안전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을 입법예고하면서 그 추산 효과를 43조 원이나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안전성 검사를 위해 원전을 잠시라도 멈출 경우 수십조 원의 피해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엉터리 서류를 만든 셈인데,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정책을 과장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의원은 국정감사를 통해 원안위가 다음 달 7일까지 입법예고 중인 원안법 시행령 개정안에 첨부한 규제영향 분석서를 검증했다. 시행령은 현행 설계수명 ‘5년 전부터 2년 전까지’로 규제한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 보고서 제출 시기를 ‘10년 전부터 5년 전까지’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수명연장 대상이 되는 23호기의 경우 평가 기간 중 가동 중지를 방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계속운전 안전성 평가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아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멈춰 손실이 생겼고, 이를 방지하려고 평가 시기를 대폭 늘리자는 취지다.
원안위는 시행령 입법예고를 통해 “계속운전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설비개선 등 개선 조치사항의 현장 적용을 위한 시간이 부족하고, 그 외 안전성 향상 방안도 뒤늦게 이행될 수 있다”며 시행령 개정 배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월성1호기의 경우 화재방호 설비와 비상노심냉각계통의 설비 개선이 설계수명기간 만료 이후까지도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다만 안전 평가가 너무 일찍 이뤄지면 설계수명기간 만료 시점에 변수를 점검할 수 없다. 그래서 원안위도 “만료 시점에서 제출한 계속운전 안전성평가 결과의 유효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최소 5년 전에 평가가 이뤄진 만큼, 만료 임박 시점에 기제출한 보고서의 유효성을 재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원안위도 시행령 단점으로 “평가비용과 심사부담금에 대한 추가 재정 소요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비용 추가 부담에 대한 지적을 염두에 둔 탓인지 규제영향 분석에서 해당 시행령으로 51조 9754억 원의 손해를 막을 수 있다고 ‘부풀린’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는 고리1호기와 월성1호기가 현행법에 따른 계속운전 안정성 평가로 인해 멈춘 기간의 매출액을 2조 2598억 원(월성과 고리 평균치)으로 계산한 뒤 앞으로 평가 대상이 될 한빛1호기(2025년 12월) 등 23개 원전도 시행령을 바꾸지 않으면 비슷한 규모의 매출 손실이 생긴다고 봤다. 그래서 시행령을 개정하면 51조 9754억 원(23개 곱하기 2조 2598억)의 편익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의원실에서 분석한 결과 월성1호기가 평가를 위해 멈춘 기간 가동이 되더라도 최대 9124억 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 대상 원전도 23개가 아닌 16개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원안위의 계산법을 따르더라도 최대 8조 8752억 원의 편익이 생겼다. 43조 원이 넘는 금액이 부풀려졌다는 얘기다.
이 의원은 “정부의 원전정책에 꿰맞추다 보니 계산 실수까지 한 것으로 이해해 줄 수 있지만 이런 실수가 국민들에게는 엄청난 이익이 생길 것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며 “즉각 수정하고, 시행령 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원안위 임승철 사무처장은 해당 지적에 대해 “입법예고 부속서류인 규제안 분석서에 비용과 편익 대상에 숫자상 오류가 있음을 확인했다”며 “매우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린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