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힘든 백반증, 피부이식술로 잡는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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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뒤쪽 미세 피부조직 환부에 이식
수술 시간·부작용 줄인 획기적 치료
난치성 질환 ‘게임체인저’로 떠올라
모발 이식 과정서 우연히 발견된 기술
레이저 치료와 병행하면 효과 커져

박근 부산해운대센텀모빅스피부과 원장이 전동펀치로 귀 뒤쪽 정상피부를 채취해 백반증에 발병한 곳에 이식하는 ‘미세천공 피부이식술’을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센텀모빅스피부과의원 제공 박근 부산해운대센텀모빅스피부과 원장이 전동펀치로 귀 뒤쪽 정상피부를 채취해 백반증에 발병한 곳에 이식하는 ‘미세천공 피부이식술’을 하고 있다. 부산 해운대 센텀모빅스피부과의원 제공

우연한 발견으로 의학의 진보가 이루어지는 경우가 가끔 있다. 곰팡이에서 페니실린을 발견한 것이 그렇고, 살균제에서 시작된 아스피린도 비슷한 케이스다.

최근 피부학계에 소개되고 있는 모발이식을 응용한 백반증 치료도 뜻밖의 행운으로 발견된 의술이라고 할 수 있다. 탈모환자를 대상으로 모발이식을 했는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백반증 치료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팝의 황제’를 괴롭힌 백반증

세계적인 팝가수 마이클 잭슨은 백반증 환자였다. 마이클 잭슨은 한때 백인처럼 보이려고 메이크업을 과도하게 한다는 루머에 시달린 적도 있다. 하지만 그의 피부가 하얗게 변한 것은 피부색을 변화시키기 위해 색소를 일부러 제거한 것이 아니라 백반증 환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외선으로부터 본인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항상 선글라스, 모자, 우산을 쓰고 다녔다.

백반증은 피부의 멜라닌 세포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는 질환이다. 얼굴이나 목을 포함한 전신에 다양한 모양의 백색 반점이 나타난다. 국소적으로 한 두개의 흰 반점이 생기거나 산발적으로 대칭 혹은 비대칭적인 반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색소가 없어지는 것외에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다. 간혹 백반증이 심해지려고 할 때는 가려움을 동반하기도 한다. 통증이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질환은 아니지만 미용상의 문제로 심리적, 사회적으로 고통을 받는 경우가 많다.

비교적 흔한 질환으로 세계적으로 인구 1% 안팎에서 발병한다. 발병 이유는 정확하지 않지만 체내의 활성산소량이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산화 스트레스와 자가면역으로 멜라닌 세포가 사멸되는 것이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부산해운대센텀모빅스피부과의원 박근 원장은 “백반증은 일상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주지는 않지만 흰색 반점이 노출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스트레스는 엄청나다. 일찍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가 좋다”고 조언했다.

■더이상 난치성 질환 아니다

백반증 치료는 인내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치료 효과가 더디다고 알려져 있다. 자가면역 질환의 일종이라 지금도 마땅한 치료약이 없다.

발생 초기에는 범위도 적어 단기간에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범위가 커지면 치료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

치료법은 다양하다. 과거에는 UVB 자외선 광선치료를 했는데 원통에 들어가서 치료를 받기 때문에 불편이 크다. 요즘은 효과가 더 우수한 엑시머 레이저 치료가 주를 이루고 있다. 엑시머 레이저는 해당 부위만 선택적으로 치료할 수 있어 정상 피부가 검게 변하는 부작용은 없다.

그러나 자외선 광선치료나 엑시머 레이저치료를 하면 어느 정도 개선이 되지만 환자에 따라 효과가 다르다. 또 이미 백반증이 심하게 진행된 부위는 수 년간 치료를 하더라도 더 이상 좋아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박근 부산해운대센텀모빅스피부과의원 원장은 “백반증은 수 개월에서 수 년간 치료를 해도 더 이상 호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난치성 피부질환으로 인식되어 환자들이 중도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최근에 피부이식 수술법이 적용되면서 드라마틱한 치료결과가 잇따라 소개되고 있다”고 말했다.

■미세천공 피부이식술, 백반증 게임 체인저

1990년대 초에 난치성 백반증 부위에 모발이식을 하면 백반증이 치료된다는 논문이 한국에서 발표된 적이 있다. 당시에는 매우 획기적인 치료법이었다.

하지만 모판을 떼어 모발이식을 하는 절개식 수술법 밖에 없었기에 수술에 대한 부담감이 심했다. 또 백반증 피부에 일일이 털을 옮겨 심는 수공업적인 과정을 거쳐야 하고 백반증 병변에서 머리털이 자라나 다시 제모술을 해야 했다. 결국 뛰어난 효과에도 불구하고 임상현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그후 흡입표피이식술이 소개되기도 했는데 이 방법은 시술시간이 오래 걸리고 심한 통증을 동반하였다. 굴곡된 피부에는 시술이 어렵고 설령 이식에 성공하더라도 간혹 과하게 색소침착 현상이 발생하는 단점이 지적됐다. 정상적인 피부에 물집을 억지로 만든 후에 일정한 크기의 피부를 얇게 채취해 백반증 부위에 이식하는 수술이다.

그러던 중 전동 펀치를 활용한 미세천공 피부이식술이 백반증 치료의 게임 체인저로 최근에 등장했다. 기적 같은 치료효과를 얻을 수 있으면서 수술시간, 통증, 과색소침착 등 다양한 부작용까지 해결한 것이다.

미세천공 피부이식술은 1.0mm 펀치를 이용하여 모낭을 하나하나 뽑아서 모발을 이식하는 일명 비절개 모발이식 수술이 기본이다. 이 수술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3000rpm으로 회전하는 전동 펀치를 활용해 이식할 피부를 획득한다. 이 기계를 이용하면 0.4mm 크기의 미세 피부를 손상 없이 손쉽게 채취해서 이식할 수 있다.

두피에서 모낭을 채취하는 것이 아니라 귀 뒤쪽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식 피부를 채취한다. 피부색이 존재하는 피부에서 0.4mm 크기의 피부조직을 ‘씨앗’처럼 채취하여 백반증 병변에 이식하면 ‘씨앗’속에 있던 멜라닌 세포가 퍼지면서 백반증이 치료된다는 개념이다.

박근 부산해운대센텀모빅스피부과의원 원장은 “기존의 표피이식술과 달리 시술시간이 비교적 짧고 출혈이나 통증이 적은 편이다. 관절이나 굴곡면에도 이식이 가능하다”며 “수술 후에 흉터나 자국이 거의 남지 않아 얼굴을 비롯한 눈에 띄는 부위의 치료에 특히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어린이 백반증 치료에도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미세천공 피부이식술은 난치성 백반증 치료에 효과가 인정돼 최근 건강보험이 적용되면서 환자 부담이 크게 줄었다. 피부이식술 후에 레이저 치료를 병행하면 치료효과를 더욱 높일 수 있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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