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채 고위험’ 38만 가구… 자산 다 팔아도 ‘상환 불가’(종합)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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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금융부채 6.2%인 69조 원
자산 매각 통한 부채 상환 어렵고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부담
취약차주 비중도 6.3%로 상승



금융부채를 진 38만 여 가구는 현재 소득의 40% 이상을 힘겹게 원리금 상환에 쏟아붓고 있을 뿐 아니라, 유사시 집을 비롯한 보유 자산을 다 팔아도 대출을 완전히 갚을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일 한국은행의 두 번째 빅 스텝(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이 유력한 가운데, 계속 금리가 빠르게 오르면 이들 고위험 또는 취약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과 부실 위험은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1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금융부채 고위험 가구는 모두 38만 1000가구로,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 가운데 3.2%를 차지했다. 2020년 말(40만 3000가구)보다는 줄었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37만 6000가구)과 비교하면 여전히 5000가구 불어난 상태다.

한은은 처분가능소득 대비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초과),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이 어려운(자산대비부채비율·DTA 100% 초과) 경우를 부실 가능성이 큰 ‘고위험 가구’로 분류하고 있다. 이들 고위험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는 전체 금융부채의 6.2%인 69조 4000억 원에 달한다.

고위험 가구보다 다소 범위가 넓은 ‘취약 차주(대출자)’의 비중(전체 대출자 기준)은 올해 2분기 말 현재 6.3%로 집계됐다. 취약 차주는 다중채무자(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이면서 저소득(소득 하위 30%) 또는 저신용(신용점수 664점 이하) 상태인 대출자를 말한다.

한은은 제출 자료에서 “취약차주 비중은 작년 2분기 말 6.3%에서 같은 해 연말 6.0%로 하락했다가 올해 들어 다시 올라 2분기 6.3%를 기록했다”며 “최근 비중이 상승세로 전환한 것은 소득 여건 악화, 신용도 변화 등 재무 건전성 저하뿐 아니라 대출금리 상승의 영향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미국 통화 긴축 등의 영향으로 향후 국내 기준금리와 시장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 취약차주의 이자 부담이 더 빠르게 불어난다는 점이다.

한은 분석 결과, 기준금리가 한 번의 빅 스텝으로 0.50%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6조 5000억 원 늘어난다. 그중 3000억 원은 취약차주가, 나머지 6조 2000억 원은 비(非) 취약차주가 감당할 몫이다. 더구나 만약 10월과 11월 연속 빅 스텝으로 1.00%포인트가 높아질 경우, 불과 두 달 사이 이자는 13조 원이나 급증하게 된다. 1.00%포인트 인상에 따른 취약차주의 이자 증가 폭은 7000억 원까지 커진다.


이주환 선임기자 jhwa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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