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북·중·러 삼각 공조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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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름 새 이틀에 한 번꼴로 모두 7차례에 걸쳐 미사일 도발을 강행하고 있다. 북한은 올해 들어서 탄도미사일을 23차례, 순항미사일을 2차례 발사했다. 언제 어디서든 쏜다는 무력 시위는 이젠 헤아리기조차 힘들 정도다. 휴일인 9일 새벽에는 동해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발사했다.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기동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는 미국 항공모함강습단을 겨냥한 모양새다. 지난 4일엔 일본 영공을 지나가는 중거리탄도미사일(IRBM)도 쏘았다.

유엔 사무총장까지 나서서 “탄도미사일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했지만, 유엔 안보리는 규탄 성명 하나 내지 못했다. 미국 등은 단호한 대응을 촉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오히려 북한을 감쌌다고 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쏜 뒤인 지난 5월에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안이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무산됐다. 7차 핵실험이 벌어지더라도 유엔의 도움을 받기는 힘든 현실이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관계가 점차 더 밀접해지고 있다. 북한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관한 긴급 특별총회에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를 촉구하는 결의안’에 반대했다. 러시아를 제외하고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북한, 벨라루스, 시리아, 에리트레아뿐이다. 지난 8월 북한은 중국에 1953년 6·25전쟁 정전 이후 처음으로 북·중 합동 군사 훈련을 제의하면서 북·중·러의 새로운 군사 안보 협력마저 거론되는 상황이다. 한반도를 둘러싸고 북·중·러 북방 공조와 한·미·일 남방 협력 세력 간의 군사·외교적 충돌 가능성마저 점차 커지고 있다. 피할 수 없는 국제 관계의 엄혹한 현실이다.

이런 와중에 국내 정치권은 갑론을박하며 정치 공세에만 혈안이 되고 있다. 야당 대표는 최근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에 대해 “극단적 친일 행위, 극단적 친일 국방”이라고 비난하면서 국론마저 분열되고 있다. 북한의 미사일 무력 시위 앞에서 벌어지는 정치권의 정쟁은 7차 핵실험 카드만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에 힘을 실어 주고, 동맹국은 안보 협력에 부담을 가지게 된다. 오죽했으면 2000년 전에 쓰인 성경에서조차 “어느 나라든지 서로 갈라서면 망하고, 집들도 무너진다”라고 했을까. 전례 없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 위험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과 긴밀한 의사 소통, 일관된 메시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은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열린 불꽃쇼가 아닌 냉혹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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