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친일 국방’ 발언 놓고 여야 ‘전면전’ 비화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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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
“친일 프레임으로 안보 문제 정쟁화”
국힘, ‘반미’ ‘친북’ 용어 동원 맹비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한인민주회의 2022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세계한인민주회의 2022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미·일 합동 훈련을 ‘친일 국방’이라고 비판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발언을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이 전면전으로 비화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도발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야당이 ‘친일 프레임’으로 안보 문제를 정쟁화하고 있다고 공격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권의 친일 본색’이라고 반박하면서도 문재인 정부 때의 한·미·일 안보협력 합의(2017년 7월), 노무현 정부 시절 일본 자위대 전투함과의 친선 행사(2007년 9월) 등을 근거로 한 비판에는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민주, 한·미·일 합동 군사 훈련 비판


대통령실은 10일 언론 공지를 통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말이 아닌 현실의 문제”라며 “한반도와 동북아의 엄중한 안보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제대로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한·미동맹은 물론 한·미·일 3자 안보협력을 더 강화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고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이 전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연이틀 강도높은 대북 메시지를 내놓은 것인데, 이재명 대표의 ‘친일 국방’ 발언도 동시에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민의힘은 ‘반미 투쟁’ ‘친북’이라는 단어까지 동원해 이재명 대표에 대해 맹폭을 가했다. 당권 도전을 선언한 김기현 의원은 “반일 몰이로 대북 억지력 강화에 나선 한·미·일 군사훈련의 본질을 훼손하며 적을 이롭게 하는 짓은 딱 ‘이심정심(이재명의 마음이 곧 김정은의 마음)’”이라고 공격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 대표는 국민 생명을 지키는 데는 조금도 관심이 없고 북한 눈치나 보면서 친일 색깔론으로 정쟁을 부추기고 있다”며 “병역미필의 초선의원이 첫 상임위를 국방위로 택했으면 제발 국가안보에 대해 공부 좀 하기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러자 이재명 대표는 이날 유투브 방송을 통해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릴 수 있다”면서 발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그는 “자위대를 군대로 격상시키고 전쟁을 할 수 있는 보통 국가로 만들자는 것이 일본의 목표”라며 “(일본 자위대를)군대로 인정하는 행위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미 동맹과 우리 자체 군사력·국방력으로 충분히 안보를 지킬 수 있는데 왜 일본을 끌어들이려고 하느냐”며 “일본군의 한반도 진주, 욱일기가 다시 한반도에 걸리는 날을 우리는 상상할 수 없지만 그런 일이 실제로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미국은 한·미·일 군사동맹을 맺고 싶은데 한·일 관계 문제가 청산이 안 되니까 못하고 있다”며 “한·미·일이 군사동맹을 맺게 되면 우리나라가 한·미·일과 북·중·러 군사 동맹체들의 전초기지가 된다. 한반도의 냉전, 열전이 일어날 수도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안호영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브리핑을 통해 “한·미·일 합동훈련은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면서 “윤석열 정부에 납득할 만한 해명을 요구하는데 해명은 않고 거꾸로 반일의 색깔론을 덧씌우고 있으니 황당하다”고 맞받았다. 그러면서 “일본에 대한 저자세 외교, 매달리기 외교도 부족해 독도 인근 바다에서 한·미·일 합동훈련을 전개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일 정책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안 수석대변인은 ‘문재인 정부 때 한·미·일 안보협력이 강화됐다’는 지적에 대해선 “자꾸 문재인 정부를 걸고넘어지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문재인 정부와 반대로만 하는 정부가 윤석열 정부 아니었나”면서도 뚜렷한 반박논리는 내세우지 못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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