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3명 보유한 부산, 국제 박람회 개최 최적지”
[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6. 전문가 라운드테이블
1884년 부산서 최초 커피 음용
관문 부산역에 기념시설 필요
16개 구·군 돌아가며 축제 개최
세계적 커피도시 벤치마킹 전략
물 문제 해결에도 힘 모아야…
76주년 〈부산일보〉 창간기획 ‘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을 위한 전문가 라운드테이블이 6일 부산 동구 수정동 부산일보사 4층 회의실에서 열렸다. 과거부터 현재까지 커피도시 부산의 당위성을 살리기 위해 부산역에 ‘부산갑비(커피) 1884’ 공간을 설치하자는 의견부터 세계적인 커피 대회 및 커피 박람회 유치, 지속가능한 커피도시의 기본이 되는 물 문제 해결까지 다양한 제언이 나왔다.
참가자(사진)는 다음(가나다순)과 같다.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 먼스커피 문헌관 대표, 부산시 박진석 금융창업정책관,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스페셜티 커피, 샌프란시스코에서 성수까지〉 등 저자), 부산학당 이성훈 대표,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 모모스커피 추경하 바리스타.
■‘부산갑비 1884’ 부스 만들자
부산학당 이성훈 대표는 “부산해관에서 근무한 민건호가 쓴 〈해은일록〉에는 1884년 갑비차(甲斐茶)’를 마셨다는 기록이 나온다”며 “조선인 최초의 커피 음용 기록이 부산에서 나왔다는 뜻이다. 부산의 관문인 부산역 같은 곳에 ‘부산갑비 1884’ 같은 부스를 설치해 역사성을 알리고 지역별 카페지도를 만들어 알리면 어떨까”라고 제안했다.
2022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먼스커피 문헌관 대표는 “커피 산업 자체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부산시가 커피로 관광 자원을 개발할 필요가 있다”며 “커피인이 상시적으로 팝업스토어를 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그 자체가 관광 자원이 될 거라고 본다”고 전했다.
2019 월드 바리스타 챔피언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는 “커피 생산량은 전 세계에서 1%밖에 되지 않지만 코스타리카는 대표적인 스페셜티 커피 산지로 잘 알려져 있다”면서 “그 이유는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고품질의 커피를 생산해서다. 커피 소비도시인 부산은 과연 커피 하기 좋은 도시인가 생각해봤을 때 젠트리피케이션을 비롯해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6일 오후 열린 ‘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 라운드테이블. 강선배 기자 ksun@
■커피 박람회 & 대회 유치하자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는 “전 세계적으로 커피 월드 챔피언이 한 도시 안에 3명이나 있는 나라가 없다”며 “부산은 이렇게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지만 이를 알릴 수 있는 세계적 규모의 박람회가 없어서 아쉽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이미 부산의 커피회사는 기술적으로 완벽하다고 할 만큼 발전했는데 부산의 커피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글로벌 커피 박람회를 열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부산시 박진석 금융창업정책관은 “부산시에서는 문화적인 측면에서 접근했을 때 어떻게 친숙하게 시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고려해서 커피 박람회 개최를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먼스커피 문헌관 대표는 “한국에서 열리는 커피 행사는 대부분 서울 지역 위주인데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 문제도 있겠지만 부산만의 기획이 담긴 행사가 별로 없다”면서 “행사 기획 단계부터 커피인의 의견을 수렴해서 꼭 필요한 행사가 열리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부산학당 이성훈 대표는 “현재 전포커피축제, 영도커피축제로 이원화해서 열리는 부산 커피축제를 16개 구·군에서 돌아가면서 개최하면 부산커피의 다양성과 저력을 잘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세계적 커피도시 벤치마킹도
2021 월드 컵 테이스터스 챔피언 모모스커피 추경하 바리스타는 “호주 멜버른 커피 회사에서 6년 동안 근무한 경험이 있는데, 시드니와 비교했을 때 똑같은 항구도시지만 멜버른에는 크고 작은 스페셜티 업체가 많다는 차이점이 있다”며 “커피를 즐기고 관심 있는 소비자가 멜버른에 더 많고 호주 커피 챔피언도 주로 멜버른에서 나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멜버른에서는 1주일에 2~3번 이상 지역 커피업체가 주최하는 이벤트가 열리는데 라테아트 테이스팅, 농장 초대처럼 친근한 파티 형식이다”며 “부산에서도 자생적인 커피 이벤트가 많이 열린다면 외부에서 봤을 때도 자연스레 커피도시로 인식될 것 같다”고 전했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는 “세계적으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와 호주 시드니, 시애틀을 커피도시로 꼽을 수 있는데 각자 다른 문화와 강점이 얽혀 커피도시로 인식된다”며 “부산에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을 선도하는 업체가 다수 있고 자기 일처럼 서로 지원하는 부산만의 특별한 지역사회 문화가 있으니 이를 격려하고 지원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커피도시가 가능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물 문제 해결도 고민을
커피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물 문제 해결에도 힘을 모으자는 의견도 나왔다. 좋은 커피를 수입하는 일은 부산 업체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지만 물 문제는 근본적인 대책이 없이는 개별 업체가 해결하기 어려워서다. 지속가능한 커피도시 부산을 위해서는 물 문제 해결에도 팔을 걷어붙일 시점이 왔다는 지적이다.
블랙업커피 김명식 대표는 “올 여름 을숙도에 있는 매장에서 필터에 녹조가 끼는 것을 보고 물 문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부산 커피 업계에서는 낙동강 물에 대한 고민을 오랫동안 해왔고 이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모스커피 추경하 바리스타는 “부산의 겨울철 물이 특히 원하는대로 통제하기가 어렵다”면서 “부산 원수는 기본적으로는 커피 추출에 적합한 성분을 가지고 있는데 필요없는 쓸데 없는 성분이 많아서 어려움이 크다”고 덧붙였다.
■커피 챔피언 3명 활용해야
부산테크노파크 김형균 원장은 “3명의 커피 챔피언을 상징적으로 활용해 마케팅할 필요가 있다”며 “부산이 아시아 커피의 새로운 허브가 될 수 있도록 다음 달 부산에서 처음 열리는 ‘아시아 창업 엑스포’에서 3명의 챔피언을 비롯해 커피 분야 스타트업을 초청해 한 부분을 구성해봐도 좋겠다”고 말했다.
모모스커피 전주연 대표는 “아직 부산 차원에서 3명의 커피 챔피언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커피 챔피언 3명이 ‘유퀴즈’ 같은 유명 프로그램에 출연해 커피도시 부산을 홍보할 수 있도록 시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대표는 또 “다음 달 한국 최대 커피 박람회인 서울카페쇼가 열리는데 전 세계 많은 커피인이 서울을 찾지만 이들을 부산에 오게 할 이유나 이벤트가 별도로 없어서 아쉽다”고도 말했다.
심재범 커피 칼럼니스트는 “여러 지자체에서 커피 축제를 많이 개최하고 있지만 아직 부산의 경우 지원 방향이 모호해 보인다”며 “부산에서 과감하게 축제를 지원하고 커피도시로서 선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부산시 박진석 금융창업정책관은 “부산시는 기술적 측면과 문화적 측면을 모두 아우른 커피 박람회, 월드 바리스타 대회 유치, 커피 월드포럼 등 다방면으로 구상하고 있고, 지원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끝-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