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내내 질의 한 번 못 하고 ‘허탕’… 감사원 국감 ‘파행’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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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위원들 배석 싸고 공회전
문재인 서면 조사 놓고 신경전
유병호 총장 문자 메시지도 뇌관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감사 검토”

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최재해 감사원장이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감사원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2주 차 국정감사가 시작된 11일, 여야 공방의 최대 격전지로 꼽힌 법제사법위원회 감사원 국감장은 감사위원 배석 문제를 놓고 시작부터 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가 감사위원회 의결을 거치지 않아 감사원법상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며 감사위원들이 배석해 답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이런 요구가 감사원의 문재인 전 대통령 서면 조사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된 정치공세라고 맞섰다.

이날 오전 당초 개의 시간이었던 오전 10시보다 11분 늦게 열린 감사원 국감은 최재해 원장의 업무보고 전부터 야당의 의사진행 발언 신청에 9분 만에 중지됐다. 이후 20여 분 만에 속개한 국감에선 본격 질의를 시작하기도 전에 여야는 옥신각신하며 16명이 릴레이 의사진행 발언을 이어갔다.

민주당 간사인 기동민 의원은 “국민 목소리를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얘기를 감사위원들이 경청할 의무가 있다”며 “감사원이 이 정도로 독립성과 중립성을 의심받고 있는데 감사위원들이 최소한 도리는 해야 한다. 이석에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당 박주민 의원도 “감사원을 감사할 기구는 국회 법사위밖에 없다. 과거 전례에 따라 적어도 1차 질의까지만이라도 감사위원들이 국감장 자리에 있고 저희가 질의를 하게 해달라”고 말했다.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도 “2016년 국정감사 때도 감사위원들이 1차 질의까지 답변한 뒤 이석한 사례가 있다”고 힘을 보탰다.

반면 국민의힘 전주혜 의원은 “감사위원이 배석하느냐 아니냐를 가지고 또 시간을 지연시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문 전 대통령에 대한 서면조사 때부터 계속 감사원을 공격하고 있다. 이는 정치적 공세”라고 맞섰다.

여야가 이렇듯 의사진행발언만 이어가자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위원장은 “대부분은 사실상 질의에 포함되어야 할 내용이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서 쏟아져 나왔다”며 “여야 간사 간 합의에 따라 감사원장과 사무총장의 답변 기회를 드리겠다”고 중재에 나섰다. 이에 대통령실 이관섭 국정기획수석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공개돼 논란이 됐던 감사원 유병호 사무총장은 “제 문자에 대해 논란거리를 제공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그렇지만 소통은 정상적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감사원 오전 국감은 낮 12시 11분 정회할 때까지 2시간 내내 단 한 명도 질의를 못 하고 공회전했다. 여야 의원 16명이 의사진행발언을 했고, 자료 제출 요구 발언을 한 의원도 9명이나 나왔다.

유 총장은 오전 국감에서 문자 메시지에 대해 공개 사과를 했지만, 오후 국감에서 과거에도 이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낸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유 총장은 '이 수석에게 문자 메시지를 처음 보냈느냐'는 민주당 이탄희 의원의 거듭된 질의에 “그것은 따로 답변드리지 않겠다. 기억도 흐릿하고요”라고 답했다.

한편 최재해 원장은 이날 국감에서 국민의힘 조수진 의원의 관련 질의에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을 둘러싼 논란에 감사 착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국민권익위원회에 대해 감사원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검찰에 수사를 요청한 사실도 공개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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