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림대교’가 촉발한 보복 악순환… 우크라 전쟁 재확전 기로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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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키이우 대규모 보복 공격 감행
크림대교 폭발에 미사일로 응전
우크라, 재보복 천명 확전 위기
출구 찾기 어려운 ‘치킨 게임’ 양상

11일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주(NSW) 의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 대규모 폭격을 퍼부은 러시아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11일 호주 시드니 뉴사우스웨일스주(NSW) 의회 건물 앞에서 시민들이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도시 곳곳에 대규모 폭격을 퍼부은 러시아에 반대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러시아가 ‘푸틴의 자존심’으로 여겨져 온 크림대교 폭발 이후 우크라이나에 대해 연이어 보복성 공격을 대대적으로 감행하면서 우크라 전쟁이 최악의 확전 위기로 치닫고 있다.

러시아가 수도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중심부를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자, 우크라이나는 즉각 “전장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겠다”고 재보복을 천명하며 일촉즉발의 긴박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를 향한 비난 수위를 끌어올리며 우크라이나 지원 방침을 재천명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돌파구를 찾지 못할 경우 자칫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어 핵전쟁이라는 사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대규모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에 이틀째 공습이 계속되고 있다고 AFP, 스푸트니크 통신 등이 11일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역이 이틀 연속 러시아의 공습 목표가 된 상태다. 키이우와 체르니히우, 빈니차,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의 주요 도시에서 11일 오전 공습경보가 울렸다. 10일 오전 키이우 등 주요 도시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진 포격으로 인해 민간인을 포함해 최소 19명이 숨지고 105명이 다쳤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크림대교 폭발은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배후인 테러 행위”라며 “오늘 아침 우크라이나의 에너지·통신 시설과 군사지휘 시설 등을 고정밀 장거리 무기를 사용해 타격했다”고 밝혔다. 지난 8일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림대교가 폭발로 일부 무너져내린 지 이틀 만에 러시아가 개전 이후 최대 규모의 공습으로 ‘피의 보복’을 시작했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다. 러시아가 2014년 당시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병합한 후 건설에 나서 2018년 5월 개통한 크림대교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의 상징물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례 대국민 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위협에 단호히 맞설 거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겁먹지 않고, 더욱 단결할 것”이라며 “전장에서 러시아 군대를 더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방 진영에서는 러시아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미사일 공격으로 민간인이 숨지고 다쳤으며 군사 용도가 없는 표적이 파괴됐다”며 “러시아가 명분 없는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우크라이나에서 병력을 철수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첨단 방공시스템을 포함해 우크라이나를 방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지속하겠다는 뜻도 재차 밝혔다.

유엔 회원국들은 이날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긴급특별총회에서 우크라이나 영토에 대한 러시아의 불법적 병합 시도를 규탄하는 결의안에 대한 논의에 착수했다. 유럽연합(EU) 주도로 마련된 이번 결의안은 12일 표결될 전망이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주미 러시아 대사는 성명을 내고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움직임을 겨냥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레드라인’에 가까이 다가섰다”며 “이를 넘어서지 않기를 촉구한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체코와 폴란드 독일 루마이나 이탈리아 등 유럽 각지에서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을 비난하는 대규모 시위가 잇따르며 국제무대에서 푸틴의 입지가 한층 더 좁아지는 상황이다. 국제사회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이번 전쟁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면서 출구 찾기가 어려운 ‘치킨 게임’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일부연합뉴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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