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소노미 분류체계 무효로…”
유럽사법재판부에 소송 제기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환경부 장관. 로이터 연합뉴스

오스트리아가 원자력과 천연가스발전을 녹색분류체계(Taxonomy·택소노미)에 포함한 유럽연합(EU)의 결정에 반발, 법적 대응에 나섰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레오노레 게베슬러 오스트리아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유럽사법재판소(ECJ)에 EU의 택소노미 분류체계를 무효로 해달라는 내용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는 EU의 현 택소노미 규정에 대해 “불합리하고 무책임하다”며 “원자력과 가스를 부당하게 ‘그린워싱’하려는 시도에 온 힘을 다해 저항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린워싱은 실제로는 환경에 유해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것처럼 위장하는 것을 말한다. 게베슬러 장관은 다른 일부 EU 회원국들도 오스트리아의 법적 대응에 동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룩셈부르크가 소송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오스트리아는 소장에서 EU가 현재의 택소노미를 무효화해야 하는 이유를 16가지나 들었다. 대표적으로 택소노미에 포함되려면 환경에 중대한 해를 끼치지 않아야 하는데, 원자력발전은 폐기물 우려 탓에 이런 요건을 충족할 수 없다는 것이다. EU의 택소노미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경제 활동으로 인정되는 목록을 담은 분류체계다. 기업과 투자자, 정책 입안자 등이 투자 활동에 참고하는 기준이 된다.

오스트리아는 지난해 11월, EU가 택소노미 초안을 마련하던 때에도 룩셈부르크, 독일, 포르투갈, 덴마크 등과 함께 원자력 발전을 택소노미에서 제외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오스트리아는 원자력발전소를 단 1기도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당시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천연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방안에 반발했다.

그러나 올 7월 유럽의회는 논란 속에 원전과 가스를 택소노미에 포함하는 규정을 통과시켰다. 당시 오스트리아와 룩셈부르크는 이 규정이 법제화될 경우 EU를 상대로 소송을 추진하겠다고 경고했었고,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한편 독일 환경부 대변인은 정부 차원에서 오스트리아의 법적 대응에 동참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법원에서 택소노미에 대한 문제를 검토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원회는 오스트리아의 주장에 대해 “EU의 택소노미는 대부분 재생에너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원자력과 가스 투자가 포함되기 위해서는 ‘엄격한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강희경 기자·일부연합뉴스

강희경 기자 him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