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거절학개론 - 이 필수 교양서의 목차를 지운다/최정란(1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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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수히 많은 거절로 이루어진다 내일 사과로 거절당하고, 오늘 오렌지로 거절당하고, 어제 레몬으로 거절할 것이다 거절이 관계를 우롱한다 거절이 관계를 개관한다 관계가 지속될지 끝날지, 거절 이후에야 비로소 알게 된다 삶을 거절해 보기 전에는 삶을 모른다 꽃을 거절할 수 없어 열매를 거절한다 달을 거절하지 않을 예정이므로 나는 해를 모른다 삶도 나를 모를 테니, 비긴 걸까 너를 거절할 수 없어 오늘도 나는 나를 거절한다

- 시집 〈독거소녀 삐삐〉(2022) 중에서


거절을 당하면 무안하고 자존심이 상한다. 그러나 살면서 거절을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거절은 시인의 시처럼 ‘내일 사과로 거절당하고, 오늘 오렌지로 거절당하고, 어제 레몬으로 거절’하는 것처럼 하루를 뒤죽박죽으로 만들기도 하고 ‘관계를 우롱’하기도 한다. 사람의 모든 시도와 도전들이 거절당할 때, 풀이 죽어 좌절을 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힘을 모아 재도전하는 이가 있다. 원하는 바를 이룬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무수한 거절을 당했지만, 짧은 시간 안에 좌절을 떨치고 다시 자신의 실력과 내공을 쌓았다고 한다. 자, 이제 세상의 거절에 대해 저항을 할 때이다. 성윤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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