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희망 말하는 영화… 신인 시절 떠올라 애틋”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거래완료’ 부산 출신 배우 태인호

‘중고 거래’ 소재 옴니버스 영화
태인호는 마지막 이야기서 등장
좌절 겪은 인물 섬세하게 표현
드라마 ‘미생’ 등서 안정적 연기
2016년 부일영화상 신인상도

”처음 부산에서 상경했을 때가 떠올랐어요. 그래서 그런지 작품이 더 애틋하게 다가왔죠.”

배우 태인호는 영화 ‘거래완료’와의 만남을 이렇게 회상했다. 옴니버스 형식의 이 작품에서 그는 이야기의 끝을 닫으며 영화의 울림을 진하게 전한다.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태인호는 “소박하지만 큰 영화”라며 “따뜻한 이야기를 선보일 수 있어 좋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 영화는 ‘중고 거래’를 소재로 한 다섯 개의 에피소드를 묶었다. 태인호가 출연한 마지막 챕터 ‘크리스마스 선물’은 소설가를 꿈꿨던 석호가 자신의 ‘전부’와 같았던 세계문학전집을 내놓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태인호는 “마지막 에피소드를 읽을 때 약간 눈물을 글썽였다”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이런 감정이 든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다”고 했다. 그는 “작품이 좋아 어떤 역할이든 하고 싶었다”며 “소박하지만 큰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스크린 속 태인호는 섬세하면서 짙은 감정선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꿈을 이루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지만, 좌절의 시련을 오래 겪은 인물의 감정을 덤덤하면서도 섬세하게 표현해내서다. 그를 가만히 보고 있으면 자연스럽게 대사 한 마디, 손짓 하나에도 집중하게 된다. 그야말로 ‘신스틸러’다. 태인호는 “열심히 진심으로 연기하려고 노력한다”며 “캐릭터를 맡았을 때 유튜브나 인터넷을 많이 찾아보며 사실적으로 구축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배우 태인호가 영화 ‘거래완료’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디 에이치엘 제공 배우 태인호가 영화 ‘거래완료’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스튜디오디 에이치엘 제공

사실 태인호는 영화 ‘영도’(2016)로 제25회 부일영화상 신인남자연기상을 받은 충무로 블루칩이다. 출연작인 영화 ‘국제시장’(2014)과 ‘명당’(2018) ‘배심원들’(2019) ‘니나 내나’(2019)와 드라마 ‘미생’ ‘시지스프: the myth’와 ‘낭만닥터 김사부’ ‘라이프’ 등에서 매번 안정적인 연기로 작품의 맛을 끌어올린다. 대사 전달력을 높이는 또렷한 발음과 깊은 발성도 장기다. 태인호는 “학교 다닐 때 발성 연습을 정말 많이 했다”고 했다. “경성대 연극영화과를 나왔어요. 방학 땐 연습실에서 광안리까지 뛰어갔다 왔죠. 30분 정도 뛰고 바다에 가서 수영을 한 뒤 다시 돌아왔죠. 지금도 광안리를 정말 좋아해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태인호는 초읍중학교와 부산진고를 졸업한 뒤 고향에서 대학까지 마쳤다. 학부 졸업 후엔 2~3년 정도 부산의 한 극단에서 연극을 했다. 그러다 영화배우의 꿈을 안고 상경했다. 태인호는 “새로운 사람들과 작품을 해보고 싶었다”며 “일주일 만에 결심하고 짐을 싸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에 가면 금방 뭔가를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며 “하지만 막상 올라 와보니 쉽지 않더라. 6년 동안 오디션만 계속 보러다녔다”고 했다. “준비 기간이 길어지니 나중엔 영화 출연을 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됐어요. 부산으로 다시 내려가야 하나 고민하던 시기에 드라마 ‘미생’ 제안이 왔죠. 이번 작품의 캐릭터를 보는데 그때가 떠오르더라고요.(웃음)”

영화는 ‘꿈’과 ‘희망’을 이야기한다. 꿈을 지키려는 사람도 의미 있지만, 다른 이의 꿈을 지키려는 사람들의 모습도 스크린에 담겨 더욱더 따뜻한 느낌을 준다. 사람 냄새 나는 작품에 끌린다는 태인호는 “가족 이야기나 친구 이야기같이 일상에서 있을법한 이야기에 관심이 간다”며 “소규모 작품이라도 마음을 움직이는 무언가가 있으면 역할의 크기와 상관없이 참여하고 있다”고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런닝과 산책을 하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마음을 다잡아요. 작품을 할 땐 스스로를 불태우는 편이에요. 쉴 때는 일상의 행복과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죠. 늘 초심을 떠올리며 연기하겠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