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라·김초희 등 감독 5명
‘아주담담’서 고민·해결책 공유

부산국제영화제 '아주담담' 행사에 출연한 여성 감독들. 왼쪽부터 김보라 감독, 김초희 감독, 윤단비 감독, 이민휘 음악감독, 이우정 감독. 문경덕 인턴기자

한국 여성 영화·음악 감독들이 부산국제영화제(BIFF) ‘아주담담’ 행사에서 영화 꿈나무들과 만나 진솔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보라, 김초희, 윤단비, 이우정 감독과 이민휘 음악감독은 11일 오후 5시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열린 ‘시네마투게더: 여성감독 및 여성음악감독’에 참석했다. 이들은 200여 명의 관객들 앞에게 감독이라면 겪게 되는 고민들을 털어놓고 해결책을 공유했다.

‘벌새’(2018)의 김보라 감독은 ‘지치지 않고 영화 작업을 할 수 있는 동력’을 묻는 말에 “영화 작업을 못할 줄 알았는데, 지금 두 번째 영화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어 “가장 큰 동력은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이라며 “그 마음을 다잡기 위해선 심신의 단련이 중요하다. 명상을 하든 일기를 쓰든, 남을 탓하지 않고 할 일을 할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무슨 운동을 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김 감독은 “필라테스를 하고 있다”고 답했다.

‘남매의 여름밤’(2019)의 윤단비 감독은 ‘열등감’을 동력으로 꼽았다. 그는 “좋은 작품을 볼 때 열등감을 느끼면서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좋은 감독과 영화가 너무 많다”며 “항상 열등감에 몸을 떨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체력이 다할 때까지 영화를 놓지 않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2020)의 김초희 감독은 “영화를 사랑하는 방법은 영화(작업)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 감독은 “너무 작업이 고되고 지긋지긋하고 힘들다”면서 “너무 와닿지 않느냐. 영화를 안 하면 다시 하고 싶어질 것이다. 영화를 사랑하는 법은 영화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다른 감독들도 공감을 표하면서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최선의 삶’(2021) 이우정 감독도 “가끔씩 영화가 싫어진다. 그럴 때는 완전히 거리를 둔다. TV 예능 프로그램을 보면서 영화를 절대 보지 않는다”며 “그러다 좋은 영화를 만나면 잊지 않으려 노력하면서 버틴다”고 했다.

이 감독과 ‘최선의 삶’에서 함께 작업한 이민휘 음악감독은 “고등학교 때 영화가 도피처였다. 영화를 정말 좋아했지만, 그때는 영화를 업으로 삼게 될지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음악 비평가가 되고 싶었다”며 “대학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이 음악 작업을 부탁하곤 했고, 정신을 차려보니 작업이 많이 쌓여있었다. 달파란(본명 강기영) 음악감독의 권유로 장편 영화 작업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