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황 좋고 소비도 살아나는데… 한숨 깊어지는 굴 양식 어민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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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폐사에 종자난 겹쳐 생산 차질
대일 수출도 엔저로 경쟁력 약화
“김장 기호품으로 비싸면 외면 받아”
통영 굴수하식수협, 햇굴 출하
24일 초매식 앞두고 근심 가중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2일 사전 경매를 시작으로 2022년산 햇굴 출하를 개시했다. 이날은 올해 처음 도입한 전자 경매 시스템 점검을 겸한 자리로 본 경매는 24일 초매식과 동시에 시작된다. 사전 경매에 내놓을 물량이 수협 공판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민진 기자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2일 사전 경매를 시작으로 2022년산 햇굴 출하를 개시했다. 이날은 올해 처음 도입한 전자 경매 시스템 점검을 겸한 자리로 본 경매는 24일 초매식과 동시에 시작된다. 사전 경매에 내놓을 물량이 수협 공판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김민진 기자

“팔고 싶어도 당장은 팔 게 없어요.”

제철 맞은 경남지역 굴 양식업계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괜찮은 작황에 시장 반응도 좋은데, 정작 출하할 물량이 부족해 손을 놓아야 할 판이다. 이맘때 최대 소비처가 되는 일본 수출도 ‘엔저화’ 후유증에 전전긍긍이다. 여기에 최근 배춧값 폭등으로 ‘김장 특수’ 역시 예년만 못할 것이란 우울한 전망까지 나오면서 어민들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 통영에 본소를 둔 굴수하식수협은 지난 12일 시범 경매를 시작으로 2022년산 햇굴 출하를 개시했다. 본 경매는 오는 24일부터다. 수협 관계자는 “올해 처음 전자 경매를 도입해 금주까지 시스템을 점검한 뒤 초매식 행사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통영과 거제, 고성 앞바다에 밀집한 굴 양식장에선 매년 10월 중순 출하를 시작해 이듬해 6월까지 생산 시즌을 이어간다. 이 기간에 1만 4000여t에 달하는 생굴이 전국에 공급된다.

다행히 올해는 작황이 나쁘지 않고, 소비도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수도권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주문이 밀려들면서 일부 가공공장은 야간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덕분에 가격도 경락가 기준 kg당 1만~1만 2000원 선으로 뛰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마침 집중해서 팔 수산물이 없는 시기인 데다, 날씨도 부쩍 쌀쌀해지면서 유통가가 굴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펴고 있다”고 귀띔했다.

굴수하식수협은 올해 전자 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12일 사전 경매에서 중도매인들이 입찰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굴수하식수협은 올해 전자 경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12일 사전 경매에서 중도매인들이 입찰하고 있다. 김민진 기자

그런데 어민들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 겨우내 유례없는 집단 폐사에다 최악의 ‘종자난’까지 겹쳐 초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전체 수요의 절반 이상을 충당하던 인공종자 생산량이 올해 예년의 40%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이상고온과 긴 가뭄 탓이다.

이 때문에 늦어도 4월엔 마무리해야 할 ‘채묘’를 6월 이후로 미룬 양식장이 태반이었다. 채묘는 굴 종자를 가리비나 굴 껍데기에 부착시키는 작업이다. 한 양식어민은 “우리도 종자를 못 구해 한 달 넘게 종종거렸다”며 “생장할 시간이 부족해 비만도가 떨어지다 보니 수율도 달리고 물량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실제 앞서 진행한 두 차례 시범 경매에선 하루 걸러 공판장을 열었는데도 출하 물량은 30t 남짓에 그쳤다. 예년 3분의 2 수준이다.

수출도 녹록지 않다. 남해안에서 생산된 굴의 20% 가량은 날것이나 냉동, 자숙 형태로 가공돼 일본에 수출된다. 보통 9월 초면 수출길이 열리는데, 올해는 한 달 넘게 지지부진이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한국산 굴의 가격 경쟁력도 덩달아 떨어졌다.

수출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원료 비용이 높아진 상황에 환율에 관세까지 붙으면 일본 자국산보다 비싸진다. 굳이 한국산을 수입할 이유가 없다”면서 “현재 (가공공장) 1곳 정도가 생굴 수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10t 미만 정도로 미미하다”고 상황을 전했다.

굴수하식수협은 12일 사전 경매를 시작으로 2022년산 햇굴 출하를 개시했다. 수협 중도매인들이 매물로 나온 생굴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진 기자 굴수하식수협은 12일 사전 경매를 시작으로 2022년산 햇굴 출하를 개시했다. 수협 중도매인들이 매물로 나온 생굴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진 기자

더 큰 문제는 김장철이다. 굴 양식업계는 수도권 김장이 시작되는 11월 중순에서 남부 지방 김장이 마무리되는 12월을 연중 최대 성수기로 꼽는다. 김치의 감칠맛을 내는 재료로 굴이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된 노동에 따른 ‘김장 스트레스’가 커 직접 김치를 담그는 가정이 해마다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배추 등 주요 김장 재료 가격까지 껑충 뛰어 부담이 더 커졌다. 실제 지난달 말 배추 1포기 가격이 1만 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설령 김장을 해도 기호품인 굴은 너무 비싸면 외면 받을 공산이 크다”면서 “전반적인 작황이 좋아 물량이 풀리는 11월 말부터 수급 불안은 해소되겠지만, 소비는 장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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