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폭되는 북한 핵 위협… 여권 내 ‘전술핵 재배치론’ 고개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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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실, 파장 고려 ‘신중 입장’
정진석 “비핵화 선언 파기돼야”
국민 공감대 형성이 제일 중요
윤 대통령 ‘구상’에 관심 집중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오전 대전시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세계지방정부연합(UCLG) 총회 개회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의 ‘핵무력 법제화’와 잇단 미사일 발사로 핵 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우리도 핵무장을 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남북 간 핵전력 비대칭성을 극복하기 위해 전술핵 재배치가 불가피하다는 현실론이 여권을 중심으로 흘러나오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핵무장론’에 대해 어떤 구상을 하는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은 핵무장론의 정치외교적 파장을 두루 고려하며 신중한 입장을 내비친다. 윤 대통령이 기본적으로 확장억제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가능성을 점검하고 있으며, 심도 깊은 논의는 진행된 것은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지난 11일 출근길 문답에서 전술핵 재배치와 관련, “우리나라와 미국 조야의 여러 의견을 경청하고 따져보고 있다”고 언급해 다소 달라진 기류를 내비쳤다. 윤 대통령은 앞서 8월 17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핵 보유 주장에 대해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에 대해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지켜낼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이 윤석열 정부의 새로운 대북 접근법인 ‘담대한 구상’을 사실상 거부하고 도발 수위를 높여감에 따라 안보 상황이 엄중해졌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거기에다 최근의 한반도 정세를 감안해 북한의 핵위협을 견제할 대응수단이 필요하다는 여당 인사들의 주장도 하나둘씩 가시화한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은 12일 페이스북에서 “결단의 순간이 왔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물론 1991년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역시 파기돼야 한다”고 말했다. 당권 주자인 김기현 의원은 라디오에 출연해 “궁극적으로 우리 스스로 핵무장을 하는 쪽으로 방향을 가지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전술핵 재배치를 뛰어넘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들의 발언이 윤 대통령과의 ‘공감대’에서 비롯됐거나, 최소한 윤 대통령의 운신 폭을 넓혀 주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어떤 방식이 되었건 핵무장이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위배되고, 비확산 기조를 고수하는 미국이 섣불리 추진하기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문제는 다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 전술핵을 배치하면 일본과 대만도 중국의 위협에 대응해 배치를 요구하는 등 동북아시아에 ‘핵 도미노’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을 미국이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기존 NPT 체제의 틀 안에서 미국 측의 동의를 얻어 전술핵 재배치를 결단한다고 해도 국민 공감대 형성이라는 또 다른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한 세대에 걸쳐 고수해 온 원칙을 바꿀 경우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동의를 얻을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방위 전략과도 연관된 문제인데 아직 그런 공식 협의가 이뤄진 단계는 아니다”며 “모든 논의가 섣부른 측면이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윤 대통령이 북핵 견제를 위한 핵무장 요구와 이를 반대하는 다양한 요인들 사이에서 어떤 해법을 찾아낼지 국내외 시선이 집중된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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