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말 광] <980>어이없는 언론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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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원 교열부장

기사를 보다 보면 가끔 어이없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전혀 틀리지 않아야 할 말을 틀리거나, 맥락에 전혀 맞지 않는 말을 볼 때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

‘이 씨는 “…요즘 풋고추와 오이도 가격이 크게 올랐던데 관련 묘목을 더 사와 종류를 늘릴 예정이다”고 말했다.’

풋고추며 오이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묘목’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는데, 아마 저건 ‘모종’을 잘못 쓴 것일 터.

〈일할 사람이 줄고 있다…“내국인은 언감생심 외국인도 못 구해”〉라는 기사 부제목을 보니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가동 중단 후 ‘암흑기’ 군산조선소 재가동 계획에도 숙련공 ‘품귀’ 현상〉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여기선 ‘품귀’가 겉돈다. 국립국어원에서 펴낸 〈표준국어대사전〉(표준사전)을 보자.

*품귀(品貴): 물건을 구하기 어려움.(더위가 심해서 선풍기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피난지에서의 생활이란 모든 물자의 품귀 상태 속에서 이루어졌는데 책 또한 그러하였다.〈박태순, 어느 사학도의 젊은 시절〉)

이처럼 품귀는 물건·물품이 귀하다는 말. 그러니 ‘숙련공 품귀’는 사람을 물건 취급한 셈이다. 암만 요즘 시대가 그렇기로서니….

‘게다가 수소차는 운행 시에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여 전기를 생산한 뒤, 부산물로 물만 배출하기 때문에 매연은 커녕 공기정화 효과까지 있다.’

어느 칼럼 구절인데, 일단 ‘매연은 커녕’은 ‘매연은커녕’으로 써야 한다. ‘커녕’은 토씨(조사)이므로 당연히 앞말에 붙여 써야 하는 것. 또 이웃인 ‘ㄴ커녕’ ‘는커녕’ ‘은커녕’도 모두 토씨여서 마찬가지로 붙여 써야 한다. 해서, ‘대학굔커녕 고등학교도 못 갈 형편이다/독수리는커녕 참새 한 마리도 없었다/밥은커녕 죽도 못 먹었다’처럼 쓰면 된다.

이 보기글들에서 보듯이 여러 ‘커녕’ 뒤에는 앞보다 못하거나 뒤떨어지는 것이 와야 한다. ‘대학교-고등학교/독수리-참새/밥-죽’이 바로 그런 조합인 것. 한데, ‘매연은 커녕 공기정화 효과’는 그런 조건에서 어긋난다. 앞에 더 나은 것, 더 좋은 것이 와야 하는 공식에서 벗어난 셈이다. 굳이 손을 대자면, ‘공기정화 효과는커녕 매연만 발생시킨다’식으로 써야 하는 것.

‘당진을 갈 때…닭계장은 꼭 먹고 와야지 했다.…하루에 50그릇 한정 뼛국이 닭계장을 대신했다.’

이 글에서는 ‘닭계장’이 문제. ‘개고기를 여러 가지 양념, 채소와 함께 고아 끓인 국’이 ‘개장’인데, 개고기 대신 쇠고기를 쓴 게 ‘육개장’인 것. 그러니 닭고기로 끓인 개장은 ‘닭개장’이라야 했다. 닭개장은, 표준사전엔 아직 오르지 않았지만, 개방형 국어사전인 〈우리말샘〉에는 올라 있다.


이진원 기자 jinwon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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