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국회의원들 “대통령에게 부산엑스포 지지 요청하겠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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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의회 ‘부산엑스포 유치 TF’
중남미 회원국 공략 목표 9일 출국
파나마 국회의원 17명 지지 끌어내
투자진흥청과 해상·교육 교류 논의
공식 지지선언 땐 주변국 긍정 영향

부산시의회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홍보단이 12일(현지시간) 파나마 투자진흥청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홍보단이 12일(현지시간) 파나마 투자진흥청에서 현지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전이 절정에 이른 가운데 부산시의회가 ‘중남미 공략 교두보’ 파나마의 지지를 얻어내는 데 큰 진전을 이뤄냈다. 파나마 국회의원 상당수로부터 “부산월드엑스포 지지 서한을 대통령에게 보내겠다”는 공식 입장을 이끌어낸 것이다. 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부처인 파나마 투자진흥청의 지지도 재차 확인했다.


■여야 의원 17명 “부산이 최적지”

지난 9일 남미 국가 공략을 위해 출국한 ‘부산시의회 2030부산월드엑스포 유치 홍보 TF’ 1그룹은 첫날 파나마에서 한-파 의원친선협회 소속 국회의원들을 만났다. 신정철 교육위원장이 이끄는 1그룹 유치단은 김효정(행문)·서지연(건설)·양준모(교육)·이승연(해양)·이준호(복지)·황석칠(기재) 의원 등으로 구성됐다. 유치단은 이날 회담에서 마릴린 바야리노 회장을 비롯한 협회 소속 의원들에게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에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고, 바야리노 회장은 “협회 차원에서 부산월드엑스포를 지지한다는 서한을 대통령 앞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화답했다.

한-파 의원친선협회는 파나마 국회 내 핵심 단체다. 소속 의원 수가 전체의 약 4분의 1(17명 내외)이며, 바야리노 회장은 전 파나마 부통령의 동생이자 4선 유력 정치인이다. 특히 이번 서한에는 여야 의원 모두 이름을 올릴 예정이어서 파나마 정부의 의사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특사단과 박형준 부산시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시의회까지 나서며 엑스포에 대한 열의를 보이자 친한파 의원들이 직접 ‘유치 도우미’로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바야리노 회장은 “88올림픽, 2002년 월드컵 등을 이미 개최한 한국은 2030월드엑스포의 최적의 후보지”라면서 “기후, 환경 등 세계가 맞닥뜨린 문제를 신기술로 해결해 간다는 부산월드엑스포의 모토에도 크게 공감한다”고 밝혔다. 신정철 위원장은 “파나마와 부산은 해양, 항만 등 닮은 점이 매우 많다”면서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가질 수 있도록 서로의 공통점을 주제로 한 여러 정책들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신 위원장은 이날 파나마 한 의원이 “넥타이가 이쁘다”고 하자 이를 벗어 직접 선물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회담이 이어졌다.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단이 11일(현지시간) 파나마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파 의원친선협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부산시의회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단이 11일(현지시간) 파나마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파 의원친선협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회담하고 있다.

■투자진흥청 “부산의 노력, 매우 긍정적”

12일(현지시간)에는 파나마 투자진흥청과의 만남도 전격 성사됐다. 투자진흥청은 해외 자본이 급격히 유입되는 파나마에서 소위 입김이 센 핵심 부처로 꼽힌다. 외교부 소속 에이전시로 있다가 올해 초 승격했다. 현 청장은 수차례 파나마의 엑스포 대표단을 이끌었고 최근 두바이 엑스포에도 직접 참여한 유력 인사다. 2030월드엑스포에 대한 파나마의 투표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이날 유럽 출장 중인 청장을 대신해 참석한 일 오떼로 국제투자진흥국장은 “청장님께서 한국에 굉장히 긍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부산의 엑스포 유치 노력에도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한국, 부산의 유력 인사가 잇따라 파나마를 찾아 경제협력 등을 이끌어내고 있는 점을 높게 평가했다.

이날 시의회 유치단도 투자진흥청과 부산의 해상, 교육 분야 교류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 오떼로 국장은 “엑스포에서 내세우는 환경 보호에 대한 부분이 좀 더 홍보됐으면 좋겠다” “많은 국가가 동참할 수 있도록 부산의 메시지가 다방면으로 전달돼야 한다” 등 부산 유치를 위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표밭’ 남미 공략 위한 발판 마련

파나마의 지지는 중남미 국가들을 공략하는 중요한 발판이다. 파나마는 중남미 경제공동체 중심국가이자 떠오르는 ‘블루칩’ 국가다. 이에 공식적인 지지선언이 있다면 인근 국가에 크고 작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고, 부산으로서는 파나마로부터 다른 중남미 국가를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이는 중앙, 지역, 민간기업 가릴 것 없이 파나마를 집중 공략한 이유이기도 하다. 중남미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이 약 30개에 달하고 사우디 공식 지지국가도 많지 않아 부산이 놓칠 수 없는 핵심 대륙이다.

1그룹 유치단은 중남미 다수 국가를 방문하기보다는 파나마, 페루 등 핵심 국가를 파고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현지 대사관과의 긴밀한 사전 논의로 국회의원을 비롯한 핵심 부처 장·차관과의 회담을 성사시켜 이번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유치단은 이번 현지 홍보를 통해 엑스포 유치를 위한 시의회의 역할도 확인했다. 중소 국가의 경우 대부분 해양, 항만 도시로 부산과의 접점이 많아 시의회 차원의 정책 추진이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 정진규 주파나마 한국대사는 “중소 국가일수록 부산과 함께할 수 있는 어젠다를 각각 설정해 접근하는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불어 시의회의 경우 엑스포 유치를 코앞에 둔 상황에서 예산 편성·집행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중앙과 달리 비교적 빠르게 관련 정책을 추진할 수 있다.

양준모 의원은 “중남미 국가와의 해양 포럼 등을 통해 인적 교류를 활성화하는 것도 단편적인 투자만을 내세우는 사우디와 차별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이승연 의원은 “수산산업클러스터 조성 등을 통해 확보한 부산의 환경오염방지 기술과 관련해서도 다양한 국가와 정보교류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효정 의원은 “해당 국가를 공략하기 위한 ‘맞춤형 어젠다’가 무엇인지 연구할 예정이며, K푸드 등 문화 교류 방안도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파나마 파나마시티/글·사진=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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