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국내 첫 ‘등록 엑스포 도시’ 꿈 아니다
경쟁국들보다 1년 늦게 유치전
정부·시·기업들 전방위 활동
‘오일 머니’ 앞세운 사우디 추격
개최지 결정, 1년 앞으로 다가와
국민 의지 결집 등 역량 높여야
정부와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로 국가 발전의 새 동력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6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 기구 경쟁 프레젠테이션에 앞서 리허설을 갖고 있다. 부산시 제공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를 향한 10년에 걸친 부산의 도전이 내년 11월 최종적으로 개최지가 결정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까지 마지막 1년여를 앞두고 있다. 앞으로 1년간 정부와 부산시가 어떤 전략을 세우고,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부산이 국내 첫 월드엑스포의 도시가 될 수 있을지 판가름 날 전망이다.
■170개 회원국 모두 중요
2014년 7월 부산시가 처음 유치 방안을 수립한지 5년 만인 2019년 2030월드엑스포 유치는 공식적인 ‘국가 사업’으로 확정됐다. 부산시와 부산 경제계를 중심으로 2030월드엑스포가 부산을 바꿀 기회라고 판단하고 노력한 끝에 얻은 성과였다. 이후 정부와 국회, 부산시 등의 2030월드엑스포 도전을 위한 준비가 이어졌다.
한국이 국가적 역량을 동원해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든 것은 올해 7월 한덕수 국무총리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위원장으로 한 정부 유치위원회가 구성된 이후였다. 최대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오일 머니’를 등에 업고 중동과 아프리카 국가를 공략한 시기보다 1년여 늦은 출발이었다.
그런 만큼 정부와 부산시, 국내 기업들은 올 연말과 내년 상반기에 BIE 회원국을 대상으로 한 전방위 교섭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유치위원회 공동 회장인 한 총리와 최 회장, 개최지 수장인 박형준 부산시장 등 세 명이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진두지휘 역할을 맡았으며, 유치위 출범 후 3개월간 그야말로 전방위 활동을 펼쳤다.
이들이 정부 특사단, 재계 대표단 등을 꾸려 지난 3개월간 방문한 국가만도 70여 개국에 달하며 내년 상반기까지 BIE 회원국 전체를 다 방문할 것으로 전망된다. 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은 국가 규모나 국력에 관계없이 1국가당 1표를 행사하는 만큼 전 방위적 외교 역량이 동원돼야 한다. 엑스포 개최지는 170개 회원국이 직접 투표하며 대륙별로는 아프리카 45개국, 유럽 48개국, 미주 30개국, 중동 17개국, 아시아 19개국, 태평양 11개국으로 이뤄진다.
월드엑스포 현장으로 변모한 북항 예상도. 부산시 제공
■“‘사우디 우세’ 더는 유효하지 않아”
2030월드엑스포 유치전은 한국이 사우디아라비아(리야드), 이탈리아(로마), 우크라이나(오데사)와 경쟁을 펼치고 있다. 국내외 관심은 한국과 사우디의 경쟁에 쏠려 있다. 한국보다 1년 앞서 교섭 활동에 들어간 사우디가 그동안 막강한 ‘오일 머니’를 앞세워 이슬람과 아프리카 국가 등의 지지를 받으며 가장 앞섰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조금씩 경쟁 양상에 변화도 보인다.
더구나 전체 회원국 중 90여 개국은 여전히 지지 도시를 밝히지 않았으며 지지 의사를 표명한 대부분 나라도 구두 지지 선에서 그치고 있다. 정부 유치위는 앞으로의 활동 여부에 따라 판세가 뒤집힐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중남미를 비롯한 5개국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박형준 부산시장도 “중남미 등 방문을 통해 엑스포 유치전이 희망적이고, 낙관적이라고 확신하며 최근 국제 정세도 한국이 경쟁국에 비해 명분, 논리, 역량에서 앞서고 있어 갈수록 유리해질 것”이라며 “사우디가 공격적인 유치전을 펼쳐 초반에는 사우디와 부산의 지지가 50대 1수준이었지만 지금 부산을 지지하는 나라가 30개국 가까이 된다”고 평가했다.
최근 아프리카 10개국 정상을 만나고 돌아온 장성민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 역시 한국이 빠른 경제발전 경험과 환경 문제 대응 노하우, 반도체 등 미래 기술과 소프트파워 분야의 경쟁력을 무기로 지지 국가를 빠르게 늘리고 있다고 공개한 바 있다. 부산시 한 관계자는 “정부 유치지원단 내부 회의에서 각국의 우리 외교 공관이 펼친 교섭 활동을 집계하면 최근 들어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으로 바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고 귀띔했다.
■국민 의지 결집과 국가 준비도 중요
유치전과는 별개로 BIE 현지실사와 추후 진행될 경쟁 프레젠테이션(PT) 역시 그 대응 상황에 따라 2030월드엑스포 유치 여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BIE는 이르면 올 연말부터 유치 후보국을 대상으로 한 현지실사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지실사는 후보국이 제안한 2030월드엑스포 사업들의 실행 가능성과 타당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또 정치적 의지와 정부 재정 보증, BIE 규정 존중 등을 점검한다. 한국의 경우 내년 1~3월 중 BIE 실사단이 방문해 한국이 제출한 유치계획서에 담긴 14개 분야, 61개 항목에 대한 중점 점검을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BIE 실사단은 국민적 유치 의지와 노력도 주요 사항으로 점검하는데 이와 관련해 부산시는 서울을 비롯한 전국 타 시·도와 손잡고 국민 유치 열기를 높이기 위한 전략도 추진하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지난 6일 서울시청을 찾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함께 2030월드엑스포 유치 지원 업무협약을 맺은 일이 대표적이다. 박 시장은 9월 초에는 전남 여수시와 순천시를 방문해 2030월드엑스포 유치·개최를 위한 협력을 약속한 바 있다.
각 후보국이 참여하는 경쟁 PT의 중요성도 무시할 순 없다. 후보국들은 이미 두 차례 경쟁 PT를 마쳤으며 다음 PT를 위한 준비에도 공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PT는 올해 11월, 내년 6월, 그리고 개최지가 최종 결정되는 2023년 11월 등 모두 세 차례를 남겨두고 있다. 엑스포 전문가들은 “최근의 엑스포 흐름은 최신 기술을 뽐내는 국제 행사에서 인류 미래를 위한 해법을 찾는 행사로 점점 변모해 왔다”며 “앞으로 경쟁 PT는 한국이 인류의 미래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월드엑스포를 통해 어떻게 구현할지 더욱 구체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